조심스럽게 달리는 자동차는 그 조심스러움이 이어져야했습니다.
길게 늘어선 차량들의 행렬이 음주측정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일주일이 채 지나기전의 일이었네요.
모르겠습니다
다른 이들의 생각들은.
그러나 저는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
측정기를 제 앞에 밀어대고 불기를 기다리고 있던 경찰관에게.
"어머! 저 이거 불어도 되는거에요? 야호!신난다.
그런데 어떻게 어디를 불어야되는거에요?"
"여기에 입을 대고 불면 됩니다"
후~!!!!
"야호~나도 불었다.얼마나 하고 싶었는지..고맙습니다!!!"
차안에서 이런 환호성을 터뜨리고 단속경찰관에게 흥분의 목소리를 전하지 무표정한 모습에서 미소가 살짝 보이더군요.
저의 이런 기분을 이해하시고 상상할 수 있겠는지요.
운전이 너무 하고 싶어서
운전학원을 통해 받아야하는 면허증을 며칠 더 기다릴 수 없어서 서류를 가지고 직접 면허시험장에 가서 발급받았죠.
며칠기다려야한다는 면허증은 제 스스로 발급을 받아보니 몇십분이면 충분했고 면허증을 위해 준비한 사진은 증으로 발급되지 순수함으로 듬뿍 갈아입은 여대생의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나이게 비해 어려보인다는 소리를 듣는 저의 나이는 이제 불혹의 문턱에 들어섰는데 만나이로 서른여덟이다 보니 아직도 삼십대임을 고집하는 고집불통의 말띠 아줌마이어서인지 무엇이든지 시작만 하면 방밤뛰면서 끝을 보는 끈기와 또는 재치가 앞서는 세상을 이끌어갈 자격이 충분한 미시아줌마임을 적극 추천하기도 한답니다.
일명 공주병을 불치의 병으로 지니고 있고 그런 모습을 간직한 아줌마의 마음은 음주측정기를 들이대는 순간 폭발하고 말았네요.
이런 흥분!
그런데 며칠이 지나서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음주단속이 있더군요.
두번째 단속반을 만나서인지 긴 나열만 보고도 측정을 하고 있음을 알겠더라구요.
"이번에는 아주 능숙하게 초보라는 것을 들키지 않게 자연스럽게 불어야지"
마침 경찰관이 인사를 건네며 측정기를 들이대었죠.
그런데 또 어디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불어야되는지 혼동이 왔어요.
그냥 아무 생각없이 '후~'불었죠.
당연히 무사통과죠.
"야호~또 불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함성이 또 터져 나왔죠.
경찰관의 표정을 알겠습니까?
집에 도착하자 마자 두 딸을 앉혀놓고 무슨 무용담처럼 저의 음주측정담을 또 토하기 시작했죠.
"엄마 그렇게 좋아?"
그래요 아직은 신비롭고 흥겹고 좋더군요.
주차에 자신이 없어 이리저리 돌다가 넓다란 곳만 찾아 주차하고 후진에 약한 저의 운전치가 아직은 초보임을 확연히 알려주지만 운전하는 순간만큼의 최대한의 매력과 최대한의 여유있는 표정을 의식하면서 음악도 들으면서 하루의 30분정도의 도로주행을 만끽하고 있답니다.
오늘 아침 운전연습차 시내도로주행을 다녀온 나를 본 단지내 젊은 새댁은 제가 차에서 내리기를 기다리더니
"언니! 너무 멋있어요.운전하는 모습이 정말 잘어울려요."
우쭐하는 모습을 애써 숨기면서 "그래?"하고 말았죠.
물론 매사 조심스럽게 안전운전을 해야되는 것을 명심하고 있지요.
제가 운전을 하게 되면서 나름대로 철칙을 새워놓은 것이 있다네요.
첫째: 크럭션을 울리지 않는다
둘째: 거친 말은 절대로 쓰지 않는다
셋째: 양보 운전을 하며 교통규칙을 잘 지킨다
지금까지 이러한 규칙을 지켜왔고 운전대를 잡은지 이제 3주가 되어가지만 너 많은 시간을 채우더래도 이런 규칙을 지켜가고 싶네요.
멋진 숙녀같은 아줌마의 모습이 모범 운전을 하면서 아름다운 삶도 일궈가겠구요. 또한 언제나 당당한 모습으로 음주측정기를 맞이할 수 있는 것도 ....
불혹에 입문하면서 욕심많은 마음이 때로는 불만투성이의 인생을 탓도 하겠지만 조그마한 것에서도 기쁨을 찾는다면 이렇게 늦은 나이에 운전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사랑할 수 있겠고 감사할 수 있는 필요조건 아니겠어요.
다음에 음주측정을 하게 되면 어떤 모습의 여유로 측정기를 맞이할까 생각중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술을 마시지 못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하늘이 구름 속에서 가을을 노래합니다.
코스모스가 만발한 도심밖을 달리고 싶은 충동이 저를 지배합니다
송천동에서 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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