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8년의 시간이 지나고
가을 들녘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인적이 생각과 다르게 드물고, 차창 밖으로는 계절의 향내음이 평평한 내 삼각의 코를 자극합니다.
8년 전의 그 모습! 하지만 지금은 그 자태를 찾기가 힘들어 내 주위에 있는 인연들에게 자꾸 고개를 떨구게만 하는군요.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요?
다시금 소리 높여 목청을 자극하지만 그 어느 곳에 메아리도 들리지 않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그분의 목소리와 생전의 모습이 떠올라 향불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의 참회를 합니다. 그런데 마음 어느 한구석에선 미안함과 서운함이 조금이나마 자리매김하고 있었는지 미간과 가슴한구석이 꽉 막히여 어린시절 참나무 아래에서 상수리를 주우시던 모습에, 누군가 내 목에 고무줄을 칭칭 감아놓은 것 같습니다.
평소에 혀를 잘 운용하여야 하는 것을 저는 그만 가슴의 한으로 자리매김해 보냈습니다. 그 누구도 후회란 말을 되뇌어 보지 않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껍질을 벗고 오색이 물든 옷을 입으니, 이제서야 후회란 말이 눈을 감아도 자꾸자꾸 상념이 됩니다.
벌써 8년이 된지도 모르고 무심코 제를 지낸다고 문밖을 나선 내 모습이 더욱이 초라해집니다.
그분은 이런 저를 보시고 얼마나 헛웃음을 지으셨을까요?
하나의 생명이 지고 또다시 새로운 장작불의 불씨가 올랐습니다. 그래서 인지 쌍둥이 자매가 저의 곁으로 아침이슬과 같이 다가왔습니다. 불씨를 잘 소생하게 해야 할텐데...
그리움이 맑고 잔잔한 모습으로 생각되는 것이 아닌 미지의 분수처럼 솥구쳐 오를 것만 같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제를 지내느라 무척 애쓰신 덕윤교무님께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보내면서 숙연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누님들이 종교인이다 보니, 이해인님의 시가 생각나는군요.
말없이 사랑하십시오
내가 그렇게 했듯이
드러나지 않게 사랑하십시오
사랑이 깊고 참된 것일수록 말이 적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도움을 주고
드러나지 않게 선을 베푸십시오
그리고 침묵하십시오
변명하지 말고 행여 마음이 상하더라도 맞서지 말며
그대의 마음을 사랑으로
이웃에 대한 섬세한 사랑으로 가득 채우십시오
사람들이 그대를 멀리할 때에도
도움을 거부할 때에도
오해를 받을 때에도
말없이 사랑하십시오
그대의 사랑이 무시당하여 마음이
슬플 때에도 말없이 사랑하십시오
그대 주위에 기쁨을 뿌리며
행복을 심도록 마음을 쓰십시오
사람들의 말이나 태도가
그대를 괴롭히더라도 말없이 사랑하며 침묵하십시오
그리고 행여 그대의 마음에 원한이나
격한 분노와 판단이 끼어 들 틈을 주지 말고
언제나 이웃을 귀하게 여기며
묵묵히 사랑하도록 하십시오
아무쪼록 가을의 정취에 마음을 사르고, 어느덧 쌀쌀한 기후에 건강한 모습을 기원합니다.
2005년 10월 이봉주 합장
누님을 보낸지 8년이 지난 지금 - 추모제를 지내고 동생이
정말로 말없이 사랑할수 있을까요?
항상 감사하게 방송 잘 듣고 있습니다, 작가 님도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