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아버지....

저희 집은 아버지.어머니.그리고 저와 남동생...네식구입니다.(물론 친정식구만요...)그런데 모두가 이산가족인 샘입니다. 왜냐면..아버지는 제가 세살때...그러니까 30년이 넘도록 외항선을 타십니다....그리고 남동생은 가끔 대형사고로 뉴스에 핫이슈가 되는 전투기 조종사로 하늘을 날아다닙니다...그리고 어머니와 저...여자들은 전주에 살고있구요..땅을 지킨다고나 할까요? 모든사람들이 육해공이 다 모인 집안이라고 우스게 소리를 하지만 전 저의 아버지 직업때문에 아주 우울한 청소년기를...반항스런 사춘기를 지나야만 했답니다. 벌써 20년전 일이긴 하네요..입학식,졸업식..그리고 흔한 외식한번 아버지와 함께하지 못했던 그 많은 시간들이.. 철없던 시절 그런 아버지가 불편하고 싫어서 밥상앞에서 조차 눈을 마주치지 않았던 적도 많았고 아버지를 무시하는 말투-아빤 몰라도 돼.아빠가 뭘 알아....로 아버지 마음에 상처를 주며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몇년전 아버님이 맡고 계시는 배가 울산항에 잠시 머문다는 회사의 연락을 받고 물어물어 찾아갔습니다.파란 바다 위에 수없이 떠있는 배들...저 사이에 우리 아빠가 계실까? 어느 배일까? 30년만에 처음으로 아버지가 일하시는 곳을 보게 된다는 사실로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작은 통통배를 타고 한참을 가서야 어마어마하게 큰 화물선을 보게 되었고 그 뱃머리에 망원경으로 엄마와 저를 내려다 보시는 아버지를 보게되었습니다.그리고 배안에서의 하룻밤,,,전 많이 숨 죽여 울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큰(자동차를 몇천대나 선적할수 있답니다) 배가 밤새 어찌나 그리도 흔들리는지...바다물이 움직일때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배안에서 30년동안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그 흔들리는 배안에서 평생을 보내셨으리라...지금은 선장이란 직함이 있어 멋지시지만 내가 아버지를 미워하던 그 세월속에서 가족을 위해 무던히 참으시며 망망대해 바다를 벗삼아 그리고 사진속의 가족을 위로삼아 견뎌오셨으리라...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태평양을..대서양을 횡단하고 계실 아버지..내 아버지 이제 곧 퇴임하실 날이 얼마남지 않아 제 마음은 위안이 되지만 아버지는 보기도 싫은 바다를 못 보신다니 허전하신지 쓴 웃음을 지으시며 말하십니다.."우리딸 크는건 못봤어도 우리 손녀딸 크는건 볼수있어 너무 기쁘구나..."전 그때 알았습니다.아버지의 마음속엔 처음 배를 타실때의 3살인 저를 담고 사셨다는걸... 더이상 흔들리지 않는 땅에서 아침을 보내시게 되면 제일 좋아하시는 된장찌게와 나물들로 맛있는 아침식사를 챙겨드리며 말하고 싶습니다..아버지 사랑합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라구요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1가 아중제일아파트 104동 504호 임 성실입니다. 011-9112-7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