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한동안 남편과 싸우는 일이 잦았습니다.
큰 싸움은 아니었지만 별일 아닌 것에 화를 내고, 또 어느 날은 정말 진지하게
대활 나눠야지 했다..조그만 충돌에 결국 속만 상한 채 결론 없는 마무릴 짓곤 했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랑 처음 연애 할 땐, 다정다감한 맛은 없어도..
무게 있어 보이는 게 이해심도 많아 보였는데요..
막상 결혼하고 보니, 자상함이라곤 찾을 수 없는 것 같아 불만이 늘어가더군요..
또 아이들 교육에 관해서도 통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시댁의 대소사며
친정 일에도... 남편은 모두 제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 전에도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의 교육문제로 얘기를 시작했는데,
남편은 그저 신문만 볼 뿐..."그건 당신이 알아서 해..." 하더군요..
그래서 홧김에 "아니!! 아인 나 혼자 낳았어?!! 당신은 도대체 집안 일에 관심은 있는거야?..."
저의 볼멘 소리에 더 이상 싸움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화가 풀리지 않아
전 그 다음날도 출근하는 남편에게 인사조차 건네지 않았죠..
그리고 그 날 밤..늦게 퇴근한 남편은 피곤했는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침대에 누웠더군요..
그새 잠이 든 남편을 보며, 그 순간까지도 원망은 가시지 않았고...더욱이 씻지 않고
누운 게 못마땅해 양말을 벗기는데요...전,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하루 종일 땀흘리며 일하느라 진하게 벤 발 냄새도 냄새였지만,
더욱 놀란 건 남편 발에 딱딱하게 박힌 굳은 살 때문이었죠..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죠. 남편의 발을 이렇게 자세히 보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가끔 아이들은 용돈 받는 재미로 아빠의 발을 씻겨주기도 했는데요..저는 십 년 넘게 살면서
한번도 남편의 발을 씻겨준 기억이 없습니다.
딱딱하고 까칠까칠한 발.. 처, 자식 먹여 살리겠다고 하루종일 이리저리
얼마나 뛰어다니며 고생했을까..이런 생각을 하니, 서운하고 미웠던 감정이..
어느새 애틋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바뀌더군요..
그리고 앞으론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되더군요..
지금도 가끔 남편이 미워지려 하면, 남편의 두 발을 가만히 들어야 봅니다.
그리고 주물러 주기도 하죠...
또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남편의 발을 씻어 주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런 저를 보고 남편은 "됐어..그만해..."하며 어색해 했는데요..
요즘은 은근히 제가 발씻어 주기를 기다리는 눈치입니다.
그리고 남편도 조금씩 제게 맞춰주려 애쓰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그냥 유지되는 게 아니라, 늘 노력해야 한다는 것...시간이 갈수록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전주시 송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