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세정이는 벌써 한글, 수학, 영어에 피아노까지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다 끝내놨다고
슈퍼마켓 아줌마에게 들었습니다..
그 얘길 듣고 까닭 없는 우울함에 빠져들어 집에 들어온 후, 딸아이를 보게 됐죠..
뭐가 그리 좋은지 동생이랑 색종이를 오리고 붙이며, 깔깔대는 모습..
순간 내년에 똑같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아이와 옆집 아일 비교해 보게 됐죠..
한글은 이제 겨우 떠듬떠듬 읽는 정도.. 수학은 한자리수 더하고 빼는 수준...
영어? 그건 아직 시작도 안 했고... 피아노 역시 아직은 이른 듯 해 시키지 않았는데요..
기준이란 게 뭘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됐습니다.
과거, 우리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겨우 기역 니은 정도 알아 학교에 입학하면
아이들끼리 수준도 비슷했고, 또 선생님이 다 가르쳐 주셨는데...
지금은 교육열이 워낙 높다보니 입학 전에 모든 걸 배워 가는 추세이죠.
옆집 아줌마는 피아노를 빨리 가리키라고 재촉을 하구요..
또래 아이를 둔 한 엄마는 영어는 기본이라며 원어민 학원에 보낼 것을 권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때 딸아이에게 소위 말하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시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어느 날 제 모습을 보게 됐죠..
자신만의 교육관이라고는 전혀 없고..남의 것만 쫓고 따르는 저....
아직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은 아일 꽁꽁 묶어놓은 채, 닦달하고..윽박지르고....
그렇게 개념없는 부모는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남편과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게 됐고,
우선 세상 보는 눈을 넓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주말이면 유적지, 박물관, 유명산..등을 찾게 됐구요...
일주일에 한번씩은 교직생활 하시다 정년 퇴임하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예의범절 배우는 시간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었죠..
주위에선 왜 학원에 안 보내느냐며 답답해하고, 제 교육관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그때도 그랬듯, 또 앞으로도 지금 방법엔 변함이 없을 겁니다..
얼마 전 딸아이가 차를 타고 가다 지나치는 간판에 걸린 상호를 줄줄 읽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라 아이를 바라보니, 어느새 아이도 행복감에 젖어 생글생글 웃고 있더군요..
한 때 혼내키며 주입식 교육을 시켰을 때는 그렇게 하기 싫어하던 아이였는데..
자율적인 학습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든 불행은 누군가와 비교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하죠?
막상 내 아이만 떨어진다고 느꼈을 때, 초연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저는 적어도 강압하진 않을거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아이를 사랑하기에 더욱 존중하며 키우도록 노력할 겁니다..
익산 모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