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7월5일)는 서른아홉번째 저에 생일이었습니다.
3년째 주말부부를 하고있기 때문에 남편이 없어서인지 외로운 마음이 자꾸드는 거예요
아침에 친정어머니께서 끊여주신 미역국을 먹고 출근하면서 줄곧 남편의 따뜻한 생일축하 전화 아니면 문자라도 보내겠지 하는 마음에 핸드폰벨소리에 귀기울이게 되더군요.
차를타고 한참 가던중 드디어 문자메세지 도착소리에 빨리 열어 보았더니 직장 선배언니의 축하메세지였어요 물론 너무나 고맙고 기분은 좋았지만 솔직히 기다리던 남편의 목소리가 아니어서 남편에 대한 서운한감점이 점점 더들기 시작했죠.
제가 근무하는 함열보건지소에 도착해 사무실문을 열어보니 함께 근무하는 치과의사선생님께서 커다란케익을 제책상위에 올려놓았더군요. 함께일하는 파트너라고 챙겨주는 마음이 고맙더군요. 직원들이 예쁜 핑크색 장미꽃다발로 저의 생일을 축하해주었구요.
점심도 맛있게 먹고 오후가 되었을때도 기다리던 남편의 전화는 오지않더군요.
다른날 같으면 제가 먼저 전화를 할텐데 기분도 나쁘고 축하를 구걸하는 것 같아 자존심도 상하고 해서 꾹꾹 참고있는데도 연락이 없는거예요 몇년전만해도 아내를 위한 배려 기념일 챙겨주기를 어떤남편보다 소홀하지 않았던 남편이 주말부부 하고나서 완전히 변해버렸나 아니면 혹시 교회다니는 남편집사님이 감춰둔 애인이 생겼나 등. 갖가지 불건전한 생각들이 자꾸 저의마음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오후4시쯤 직원들과 케익을 먹으면서 요즘생일선물은 장미꽃보다 현금내지 상품권이 최고라는 농담같은 진담의 대화를 즐겁게 나누었지만 선물커녕 전화한통없는 남편 때문에 내색은 못했지만 속으로 저는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참다못해 퇴근하기전 ‘여보 당신은 직장동료 친구보다도 못해 부인생일날인데...’문자를 보내고 말았지뭐예요. 오랜만에 저녁때 선후배 직장정기모임이 있어서 저녁먹고 일찍집에 가보니 아이들이 할머니와 저녁을 먹고 있는데 지난 아빠 생일때는 저금통을 털어 벨트니 넥타이를 선물하겠다고 신나하던 아들 딸이 저금통도 비었고 용돈모은돈도 없다고 양말한켤레도 없지뭐예요 남편이 미우니까 아빠랑 똑같다는 생각에 고운말이 안나가더군요...
그렇게 저녁 10시쯤이 되었을때 이게 왠일입니까. 띵동띵동 초인종소리 수원에 근무하는 남편이 장미꽃 130송이를 열차에 싣고 아내의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온거 있지요.
월요일 새벽5시차를 타고 갔던 남편 화요일 저녁때 내려오니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저는 그순간 하루종일 서운하고 속상하고 화가났던 저의 마음이 순간 싹 사라지면서 생각지 못한 감동을 준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에 몸둘바를 모르겠더군요.
결혼하고 맞는 생일이 13번째여서 130송이를 사왔데요. 장미꽃 백송이 정말 많아요.
항아리에 40송이를 예쁘게 꺽꽃이하니 아직도 거실에 90송이가...처음에 맨손으로 하다가 장미가시에 찔리니 손이 너무아파 고무장갑을 끼고 다른 커다란 물동이에 장미꽃을 꽃았습니다. 11시30분까지...
13년동안 함께살면서 때론 활작핀 장미꽃처럼 행복했고 때론 장미꽃에 달린 가시처럼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전 오늘생일날 함께했던 삶을 다시금 뒤돌아보며 앞으론 장미꽃에 붙어있는 가시같은 못된성격, 이기심, 앞으로 살아가면서 겪을 가시같은 일들을 조심스럽게 찔리지 않고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겠다는 자심감과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어젯밤에 남편과 행복한 밤을 보냈습니다. 지금 이시간 든든한 남편과 아이들 가족, 가정이라는 그 울타리가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여보! 사랑합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