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시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십니다.
올해로 75이세요.. 제 나이요? 계란한판에서 하나 뺀 29입니다.
처음 저의 신랑을 만났을때 제 나이 22. 신랑나이 28.
친구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나 2년을 사랑하고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신랑 6남2녀중의 막둥이로 제일 늦게까지 어머니랑 같이 살아서 저도
결혼하면서 시어머니랑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전 예전부터 시어른을 모시고 사는 것에 긍정적이었기에 신랑이 그러자고
했을때 전혀 망설임없이 그러자고 했습니다.
근데 정말 꿈과 현실의 차이는 엄청나더군요.
신혼여행을 갔다온 날부터 어머니와 사사건건 부딪히게 되고 하나하나 일이
꼬이게 되고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자연 신랑만 보면 투정하게 되고 정말 한달에 20일이상을 눈물로
지새웠을 것입니다.
24살 며느리와 70세의 시어머니.
정말 세대차이 엄청 나죠.
그렇게 1년반을 살다 어머니께서 분가를 하시겠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감정이 상할데로 상한터라 몇번 붙잡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께서 아주버님 댁으로 가셨고 그렇게 1년반이 흘러 다시 저희집
으로 오셨습니다.
정말 싫었습니다... 예전의 그 생활로 돌아가려니 정말 죽고만 싶었죠.
정말 이혼이라는 거 그때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혼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싫었기 때문이었죠.
또 신랑이랑 티격태격... 정말 부부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동거를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 사이에 또 마찰은 있었지만 요즘 들어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새하얀 머리에 허리도 제대로 펴시지 못하고 귀도 잘 안들리시고 다리도 불편
하시고 눈도 아프시고..
신혼때의 그 큰소리는 사라지시고 제 눈치를 보시는 것도 느껴지구요.
자꾸만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도 생각나고 우리 친정엄마가 저렇게 사시면
어떨까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나더라구요.
오늘도 우리 어머니는 쑥을 캐러 나가셨습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라 아직도 경로당이 개설되지 않아 가실데가 없어서 소일거리
라도 하신다고 쑥을 캐다 파시네요.
그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제가 정말 못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들과 전화하면서 투정하고 욕하고 그랬던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앞으로도 100% 잘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 어머니가 저에게 짜증을 내시면 저는 더 짜증이 날테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어머니를 대할 겁니다. 잘해드리지는 못해도
최소한 진심으로 대해 드릴려구요.
그동안엔 내가 왜.. 왜 하필 나야. 형님들도 많은데 왜 막내며느리인 나야 하는
생각에 불만이 너무 많았는데 이것을 행복으로 받아들이려구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행복이 주어지는 건 아닐테지요. 돈이 많으면 건강이 나
쁠 수도 있고 본인이 건강해도 아이가 아플수도 있고 배우자가 바람이 날수도
있고...
저에게는 어머니가 작은 짐이라고 생각하려구요.
하느님께서 저에게 가족들의 건강과 안정을 주는 대신 시어머니라는 작은 짐을
주셨다고 생각할려구요.
그러면 어머니를 대할때 훨씬 마음이 편히지겠지요.
우리집안의 안녕을 책임지시는 어머니. 앞으로도 건강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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