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시작한 큰 아들녀석이 몇 칠째
“엄마 나 새 운동화 사 주세요?” 하며 조르더라고요
그렇게 하루가 멀다하게 새 운동화를 사 달라고 하는 아들 녀석의
등살에 아내는 지쳤는지 지난 주 집근처 신발 가게로 갔었답니다
신발가게에서 아들 녀석의 새 운동화를 샀답니다
아들녀석은 새로 산 운동화가 맘에 들었는지
그 자리에 신어보고는 아주 신고 집으로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신발가게 주인아저씨께서 아들녀석이 신고 갔던 헌 운동화를
검은 봉지에 담으면서
“아이고 운동화 오래 신으셨네요.”“이렇게 운동화가 낡을 때까지 신으니까 우리같이 신발
장사 하는 사람들이 먹고 살기가 힘들죠.” 하며 너털웃음을 짖으시며
“참 이 신발 그냥 여기다 버리고 가세요.” 하며 아들 녀석이 신었던
그 낡은 운동화를 쓰레기통에 막 버리려고 하는 순간
아내는 “아니에요 그냥 봉지에 담아주세요.”
하며 그 낡은 운동화를 끝까지 챙겨 집으로 가지고 왔답니다
그리고 몇 칠 후
한 동안 신고 다니던 구두를 넣고 다른 구두를 신으려고 신발장을 열어보니
글쎄 신발장 안에는 아내가 신을 구두는 하나 없고 아들 녀석이
신다 작아진 운동화가 수북이 쌓여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신발장에는 230미리 235미리 245미리 약간씩
사이즈가 다른 여성용 구두가 몇 켤레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성용 구두를 자세히 살펴보니
아직 미혼인 처제가 싫증나서 안 신는 신발과 처형이 살이 쪄서
더 이상은 못 신겠다고 준 그런 남이 신던 헌 신발들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몇 년 전부터
본인의 신발을 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아내에게
“당신도 신발 없던데 한 켤레 사지 그래?” 하고 물으니
아내가 그러더군요
내가 어디 외출할 때도 없고 또 이제 태영이가 나보다 더 신발을 크게
신으니까 태영이가 신던 신발 신어도 되는데 뭐 할려고 헛튼 곳에 돈을 써요.‘하며 씩 웃고 말더라고요
아내는 그 동안 초등학교 6학년인 큰 아들 녀석이 신다가 작아진 신발을
물려 신으며 살아왔었나봐요
그래서 제가 아내에게 “내가 살줄게..”하고 말하자
아내가 또 다시 “신발은 선물하는 게 아니라던데.”
하며 또 다시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날 퇴근길에
아내의 발에 꼭 맞는 예쁜 구두를 한 켤레 샀답니다
행여나 아내가 알면 그 즉시
“어디서 샀냐고? 얼마냐고? ” 하며 돈이 아까워서 신발을 바꾸러 갈까봐
아내에게는 신발을 샀다고 하지 않고 그냥 아내 몰래 신발장 구석에
넣어 놓았답니다
차동님,
나중에 벚꽃이 필 때쯤 아내와 함께 그 구두를 신고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벚 꽃길을 걸어보려고 합니다
새 구두를 신고 사뿐 사뿐 걸어가는 아내의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행복해 지네요
아내의 구두를 사면서 저는 많이 행복했답니다
전주에서 군산으로 출근길에 잘 듣고 있습니다.
살며사랑하며는 아내가 즐겨듣는 코너라 그런지, 저도 정감이 가더군요.
그래서 꼭 한 번 참여해 보고 싶었습니다.
사연 남기는게 처음이라 그런지 쑥쓰럽네요.
이렇게 쓰면 되는건가요?
저희 집 주소는 전주 효자동 435-3번지입니다.
신청곡은 신승훈의 그대여서 고마워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