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아들은 개미특공대

작년가을 둘째아이의 출산과 함께 몸조리를 위해 한달정도 친정집에 머물게 되었답니다. 가끔 우편물을 확인하거나 필요한 물건을 조달하기위해 신랑이 한두번 들렸을뿐 한달동안 텅텅 비워둔집은 그야말로 개미들의 천국이 되어있었답니다. 식탁한쪽에 먹다가 그대로 벌려둔채 나뒹구는 평소에 신랑이 좋아하는 스낵봉투속에 말라비틀어진 스낵주위로 시커멓게 개미떼기 몰려 있었고 더욱더 놀라운건 스낵주위로 몰려드는 개미떼뿐아니라 그 주위로 쭈욱 행렬이 연결되어 식탁에서부터 위층 천정까지 까만 매직펜을 그어놓은듯 질서정연하게 위층에서 내려오고있는 개미의 숫자가 가히 헤아릴수가 없을지경이었습니다. 너무 놀라서 호들갑스럽게 신랑을 찾으니 신랑도 깜짝 놀랐고 곧이어 개미소탕작전에 돌입했답니다. 어떤 공법으로 개미를 소탕할까 고민고민하다가 신랑은 넓은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해서 벽에서 개미를 떼어내는 방법을 시도했는데 금새 낌새를 알아챈 도망치는 개미들이 속출했고 그러자 다섯살박이 아들놈과 저까지 가세해서 도망치는 개미들을 소탕했지요. 금새 개미들은 소탕되어지고 말끔해진 부엌. 한숨돌리려는 찰나 그러나 개미와의 전쟁은 그걸로 끝이아니었습니다. 대대적인 집안 청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부터 집안에 과자부스러기나 밥알한톨만 바닥에 떨어져있어도 단내를 맡은 개미들이 금새 몰려왔답니다. 과자부스러기나 음식물을 흘리고 다니는 아들놈에게 매번 잔소리하기도 그렇고 하루 종일 아이쫓아다니며 걸레질만 할수도 없고 그래서 마트에서 판매하는 개미살충제를 집안구석구석에 설치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그때뿐. 며칠지나면 그것도 소용없었고 비웃기라도 하듯 개미는 다시 나타나더군요. 친정엄마에게 여쭤보니 개미가 매운것을 싫어한다길래 개미가 다니는길에 고추가루도 뿌려놓아보았지만 헛수고였고 개미가 돼지기름을 좋아한다길래 돼지기름을 구해다가 유인해보았지만 그것도 별효력이 없더군요. 작년 가을부터 동네할머니들에게 전해오는 민간요법부터 인터넷에서 떠도는 잡다한 방법을 동원해보아도 끄떡도 않는 천하무적 개미들에게 이제는 두손두발 다 들었답니다. 몸두깨 1mm도 안돼는 조그만 개미와 만물의 영장 인간과의 싸움에서 ko패한 저희 가족은 할수없이 개미와의 불편한 동거를 계속하고있답니다. 더이상 개미와의 소모전을 포기한 저는 며칠전 다섯살박이 아들놈에게 스카치테이프를 쥐어주며 집안을 멋대로 돌아다니는 개미들을 남김없이소탕해야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개미특공대로 임명해주었답니다. 다섯살박이 아들놈에게 개미특공대는 아무나 될수없고 특별히 용감하고 씩씩한 아가들에게만 주는 자격이니까 개미특공대 임무를 책임지고 완수하라고 어깨를 두드려주었더니 들뜬 아이는 밥을 먹다가도 잠자기전에도 "엄마 나는 용감하고 씩씩한 개미특공대지? 응?"몇번씩 묻곤하네요. 아이의 천진난만한 물음이 어찌나 우습던지? 개미덕에 아이도 즐겁고 저도 한번더 웃게 되네요. 그러나 저러나 개미는 어떻게해야 소탕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