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는 겨울을 보내는 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습니다
겨울을 보내는 비 이고 보니 을씨년 스럽지만
반갑기도 하구요
진안 마이산에서 장사를 하는 저는
오늘 손님 별로 받지 못하게 생겼으니 조금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이 비가 그치고 봄이 온다면야
삼일굶은 시어머니 상을 삼년내리 일등을 놓치지 않은 아이를 둔 엄마상을
할수도 있습니다
저는 오늘 요즘같은 세상에 조선시대를 사는 부부를 말씀 드리려 함니다
혹시 들어보셨어요?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또한 청학동도 아닌데
아침 저녁으로 시부모님께 문안인사를 드리는 부부를요
요즘 같은 세상에
그분들에 일상은 이렇습니다
아침밥을 해 먹고
사실은 그것도 시댁에서 먹어야 하지만
집옆공터에서 키우는 고추를 돌봐야 해서 얼마전부터
따로 사는 집에서 먹고 있습니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을 태우고 오분거리인 시댁으로 감니다
시댁으로 가서 아이들 먼저 인사시키고 두부부가 문안을 드리고
사실 전날밤에 뵌 시부모님 그것도 아직 칠순도 되지 않은 시부모님에게
무슨일이 있겠습니까 마는 안부를 여쭙고 안색을 살핍니다
시부모님에 안색이 좋으면 하루가 즐겁고 조금이라도 나쁘면
하루가 불안한 착한 부부입니다
그러면 시아버님은 일주일 스케줄을 말씀하심니다
아드님이 특산품 판매점을 하고 있고 또 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해서
도자기도 만들어야 하고 특산품 판매점이 참으로 일이 많아요 더구나 요즘처럼 봄 장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하지만 그것은 아드님에 사정이니 알것 없고 일주일 동안 해야 할 일을 말씀하심니다
오늘은 소막을 치워야 하고
내일은 인삼밭을 돌봐야 하고
모래는 논을 봐야하고
그다음은 밭에 고추를 심어야 하니 거름은 내야 하고
늘 이런식이람니다
그 부부는 아물말도 하지 않고
네 네 를 하고 난뒤
가게에 무던던 아들만큼이나 더 무던한 아내를 태워서 출근시키며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자네 혼자 장사해야 겠네
내가 일이 많아서
그 말에 시아버님 말씀은 하늘이요
남편에 말은 구름이니
아무말없이 네
이렇게 말함니다
그리고 다시 장사를 마칠 시간이면
장사를 마친 언니는 시댁으로 가 저녁을 준비하고 시부모님과 저녁을 먹은 다음 저녁 늦게나 잠을 자려고 본인에 집으로 감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죠
차라리 같이 살아라
뭐하려 따로 살면서 그래
그랬더니
언니 말이 가관입니다
애는
고추도 돌봐야 하고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서 왔다 갔다하면 시부모님 불편하시다고
제가 아주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이런 부부가 지금도 있다니까요
그것도 제 곁에
저는 아주 부끄럽습니다
저는 큰 며느리지만 홀로되신 시어머님을 모시는 것도 아니고
또한
가끔 들르시면 고기반찬 조금 해드리고는
아침이면 장사한다고 나와버리고
그래도 겨우 한다면
저녁 장사는 남편과 아주머님께 맡기도는
조금 일찍 집에 들어간다는 것 밖에는 없는데요
참으로
효자 효부가 따로 없습니다
요즘 같이 살벌한 세상에 말입니다
오늘은
비도 오고해서
이렇게 글을 올림니다
그럼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