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 아내는 외출을 했습니다.
어쩌다 한두번 아이들을 맡기고,잠깐 외출한 일은 있지만
한나절을 비운 건 결혼하고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늘 일이 바빠 가족과 나들이 한 번 못해주었지요.
아이들을 맡기고,영화라도 한 편 보자는 부탁도 들어주질 못했어요.
그런데 아내가 며칠 전에 통보를 하더군요.
일요일 친구와 약속이 있으니 하늘이 두쪽이 나도 아이들을 맡아 달라구요.
이번에도 거절하면 안 될것 같아 그러기로 약속을 했답니다.
아니,동안 내심 미안한 마음이 있던터라 그렇게 해 주고 싶었지요.
아침부터 들떠있던 아내가 한껏 멋을 내고 오랜만에,아니 처음으로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걱정말고 재밌게 시간 보내고 오라는 말은 했지만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좋아하는 TV만화프로그램을 틀어 주고,
저는 낮잠이나 자 볼 심산이었죠.
그런데 아이들은 놀아 달라 보채더군요.
이제 4살이 된 딸아이는 노래불러달라, 과자달라, 화장실 가고 싶다...주문이 끊이질 않았고요.
아직 잘 걷지 못하는 아들 녀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위험한 베란다에 가 있고,
다시 끌어다 놓으면 어느새 신발장이 있는 현관에 나가 더러운 신발을
주물탁거리고 있었습니다.
낮잠은 커녕, 여유있게 차 한잔도 마실수가 없었죠.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제게 또 뭘 주문할까를 고민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또 얼마나 어질던지,잠시 두 녀석이 넓지도 않은 집안을 누비며 다닌 흔적들로 순식간에 집안은 아수라장이 되더군요.
애 볼거니! 일할거니! 하면, 일할거라고 대답한다던 어른들의 말씀이
그제야 떠오르더군요.
말로는 저녁까지 먹고 천천히 오라고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저도 모르게 아내가 기다려지는 겁니다.
케잌 한조각과 우유 한잔으로 저녁밥을 대신해 먹고는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도 뭔가 먹긴해야겠는데 난장판이 된 집안을 보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그 때 '철컥'현관문을 들어서는 아내.
저는 구세주라도 만난듯 반갑게 또 지친표정으로 아낼 맞았죠.
아내는 외투벗기 무섭게 청소를 하더군요.
저는 슬그머니 다가가 뒤에서 안아 줬죠.
반나절 아내의 외출에도 이렇듯 뒤죽박죽이 되는데......
새삼 아내의 소중함을 느낀 오후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답니다.
##김차동님 안녕하세요?
김제에서 전주로 출근하면서 잘 듣고 있습니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아내없이 반나절을 보내면서 느꼈던 점을
솔직하게 써 봤습니다.
이런 내용도 괜찮다면 방송해 주십시오.
참, 제 아내 이름은 김애숙입니다.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네요..
김제시 서암동 286번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