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을 한 달 앞두고, 설레임에 푹 빠져있는 철없는 예비신부입니다.
대부분 이 시기엔 결혼준비를 하면서 예비신랑과 다투기도 하고,
고민도 많이 한다던데...전 이상하게도, 아니 다행히도 그와는 정 반대랍니다.
작년 여름,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르네요.
일찍 결혼하려던 저의 계획과는 달리, 스물아홉의 여름도 그렇게 가나보다 했죠.
엄마 친구분의 소개로 10번째 선이 잡혀있는 그 날은
새벽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습니다.
휴일 오전11시에 잡힌 맛선을 보기 위해
아침 7시 부터 일어나
곱습머리인 내 머리를 스트레트 기계로 짝짝 피고
예쁘게 꽃단장을 하고
선볼 남자의 키가 180이 넘다길래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내 키가 그다지 크지 않는 관계로
잘 안신는 7센지 하이힐을 그날 신고
맛선을 보러 나갔는데
그하이힐이 날 슬프게 할줄은...
선볼 호텔 커피숍으로 들어가는데
"오호 나에게도 이런날이 저렇게 멋있는 남자가"
그랬습니다.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런 남자가 선볼 자리에 나와 있는겁니다.
난 최대한 신경을 써서 말을 하고 적당한 내숭과
적당한 미소로 100퍼센트 이상의 나를 보여줄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사람과 어느정도 이야기를 하고
자리를 옮기기 위해
호텔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우째 그런일이
그 사람을 차를 타기 위해 걸어가는 도중
빗물에 바닥이 미끄러워는지
높은 힐 때문에
홀라당 엉덩방아를 찍으며 흐흐흐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어떻해 어떻해 하는 소리와
웃음을 참는 소리....
그 남자 나에게 달려와 괜찮다며 부축했는데
내 엉덩이는 축축하고
너무 부끄러워 아픈것도 잊고
아무 택시나 잡고 그자리를 도망치듯이 황급히 도망쳤어요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 다 끝났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사람에게 괜찮느냐고 연락이 왔고, 그게 계기가 돼 만남을 지속하게 됐죠.
시간이 지난 뒤에 들었지만, 제가 그 웅덩이에 넘어졌을 때 너무 귀여웠답니다.
울듯 말듯 한 그 표정이 너무 순수해 보였고, 또 넘어지면 평생 옆에서 일으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나요~~사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하죠? 이후 늘, 털털한 저를 그 사람은
챙겨주고 있답니다. 그리고 한 번도 그 신발을 신진 않았지만,
하이힐이 맺어준 우리 인연...앞으로 잘 엮어가겠습니다.
익산시 모현동 284-2번지
^^^^김차동님!! 모닝쇼 항상 애청하고 있습니다.
다른 코너들도 좋지만, 특히 사람사는 냄새 나는
'살며 사랑하며'를 좋아합니다.
제 사연이 이 코너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네요.
혹, 제 글이 소개된다면 신청곡도 하나 올릴게요.
임현정의 '사랑은 봄 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입니다.
비와는 뗄 수 없으니까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