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그 해 여름...
주일날 따스한 오후에 교회에서 저의 삐삐가 울렸습니다.
"486"
그 때엔 삐삐가 한참 중고대학생에게 유행이었지요.
핸드폰이 막 대중화 되기 시작할 즈음정도 됩니다.
삐삐문자로 486은 "사랑해"입니다.
이 문자를 같이 본 주위의 친구들과 동생들은 장난반 진심반으로 "이거 잘못왔네~" 그랬더랬습니다.
저도 그다지 심각히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6개월가량~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매일 삐삐는 비슷한 시간 즈음에 그런 류의 문자를 안고 울려댔습니다.
분명 누가 계획적으로 그러는 것이지, 우연은 더이상 아니었습니다.
그걸 보내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말 알지 못하겠지만, 이젠 그 시간즈음만 되면 저는 그 삐삐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무슨 메시지(숫자)가 올까? 이걸 보내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여름이 지나, 서늘한 가을도 지나 찬바람이 부는 저녁.
교회 1년 후배인 귀엽고 잘생긴 그래서 이뻐한 한 남자 후배와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아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기대치못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
"누나! 요즘 문자 계속와?"
"어!"
"누군지 내가 알려주까?"
"알어?"
"117715540454라면 알겠어?"
"어? 너야?"
117715540454를 전자식 숫자로 보면 영어로 I miss you sy가 됩니다.
sy는 제 이름 이니셜이구요.
이 암호는 몇달이나 풀지 못해서 끙끙대던건데... 직접 만들었다 하더라구요.
결국 그는 그렇게 저에게 고백했고,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죠.
지금 돌이켜보면 동화같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었습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우리는 캠퍼스커플CC이 되어 대학교 생활도 1년 참 즐겁게 했습니다.
그러던중, 그가 좋긴 하지만 더이상의 만남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저는 그에게 헤어지자 했고, 우린 2년을 헤어졌습니다.
그 사이 그는 군대에 갔고, 저는 학교를 마쳤습니다.
만남보다 더 긴 헤어짐의 시간이었지만...
그사이 전 그애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애가 모든 면에 있어서 기준이 되어 이사람 저사람이 다 재어졌습니다.
결국 주위 친구들에 의해서 그와 나... 서로가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는 감정을 확인했고, 그가 말년 휴가를 나온 틈에 우린 다시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번 재회엔 제가 용기를 내었습니다.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착하고 좋은 사람에게 제가 너무 큰 상처를 주었으니까요...
또 6개월을 기다렸습니다. 이번엔 제가 그를... 군대 제대를 기다렸죠...
그렇게 다시 만난지 우린 1년 6개월이 지나갑니다.
만나면 만날수록 참 저에게 꼭 맞고, 필요하고, 너무 좋은 사람입니다.
성급하고 털털한 성격인 저를 항상 이해해주며 꼼꼼히 챙기며 사랑해주는 사람입니다.
맨날 투덜거리고 사소한 것에도 맘상해하고 있으면 저보다 한살 어리지만 오히려 더 어른스럽고 생각깊은 그는 다독거려주고 격려해준답니다.
요며칠도 계속 제가 투정부리고 그가 받아주고 해서...
미안하긴 한데 어찌 말할길 없고 마음이 안좋다가 아침 출근길에 매일 듣는 방송에 글을 올려야겠다 싶어서 써보았습니다.
그 사람 ... 참 많이 변했습니다.
저에게 맞춰주느라 그런 것이지요...
항상 먼저 저에게 모든 것을 해주었던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저도 그를 위해 무언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3월 8일은 그의 생일입니다.
그와 나... 우리 둘은 참 비슷한 구석이 많은 사람입니다.
취미와 흥미. 특기가 모두 비슷하죠. 그래서 참 많은 것을 함께하고 공유합니다.
그중 음악을 참으로 조아하는데요...
그 날짜 즈음인 5일에 이승환 콘서트가 전주에서 있다고 방송에서 들으며 갑자기 사연을 띄우고 꼭 티켓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겨서 이렇게 두드렸습니다.
선물로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사랑얘기도 방송해주시면 좋겠구요! ^^;
그의 이름은 밝히지 않아도 되지요? 사연읽어주실때 보니...
이름은 필요 없는 것 같던데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2005.2.16. 비오는 한적한 오후에
투더리(나)가 꾸러기(그)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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