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저의 큰 언니 29번째 생일이었습니다. 해마다 생일을 챙기는 건 아니지만 올해만큼은 조카도 생기고 해서 제가 큰 맘먹고 형부와 언니에게 생일축하기념으로 저녁을 산다고 했지요...
넘 흔치 않은 일이라 형부와 언니는 반신반의 하면서 좋아하더라구요...
그날 저녁 저는 퇴근을 하고 형부에게 전화를 걸어 식당과 시간을 말해주고 엄마와 함께 기다릴테니 시간맞춰 나오라고 말을 했습니다.
언니네집은 차로 15분정도의 멀지않은 거리라 자주 왕래를 하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또 첫 조카가 생긴 후로 조카가 보고 싶은 마음에 더 자주 보게 되더라구요...
조카를 볼 생각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들어온 형부가 조카만 안고 들어오는 것이었어요...언니가 오늘 갑자기 회식이 잡히는 바람에 같이 못먹을 것 같다면서요...정작 주인공이 없는 저녁을 먹게 되었던 거지요...그런데 평소에는 잘 따르지도 않던 조카 녀석이 그날따라 내게 안기며 장난을 치고 안아달라고 울면서 떼를 쓰는 거였어요...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 시선이 집중될 정도로...저는 조카에게 밥을 먹이며 함께 놀아주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주인아주머니께 웃으시면서 "얘기가 참 엄마를 많이 닮았네요...어쩜 엄마하고 그리 재미있게 노는지.., 아빠보다 엄마를 더 잘 따르네.."라고 말하는 것이었어요..순간 "헉~"하면서 아무말로 나오지 않고, 계산만 하고 뒤돌아 허겁지겁 나오려는데, 주인아주머니 쐐기를 박는 한마디 "얘기엄마~ 잔돈 가져가야지"
으아~ 형부와 엄마가 웃으며 저를 보는데, 그 상황에서 애써 담담한 척 웃어보였답니다. 속은 숫껌댕이가 되었지만 말입니다. 평소에 잘 꾸미고 다니지 않아, 가끔 실제 나이보다 조금은 많아보인다는 얘기를 듣곤 하였지만 이렇게 평생 가슴에 상처로 남을만한 치명적인 일은 처음이랍니다.
정말 그자리에서 "아줌마 왜 그러세요...저 나이 어리구요..얘는 내 조카라구요.."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결혼도 안한 25먹은 처녀에게 정말 너무한 거 아닙니까? 이번일을 계기로 저도 좀 꾸미고 이참에 살도 좀 빼려고 합니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앟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목표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되도록 사람들의 시선이 많은 곳에서는 조카와 함께 있는 것을 자제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