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각은 새벽 3시 30분...
배고프다고 보채는 생후 1개월 된 아들 준서에게 분유를 먹이고,
트름시키고 재워 놓은 후,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를 보고 웃음이 나와서 글을 씁니다.
제가 원래 야행성이라서 새벽 3시에야 잠을 자니까
하루종일 애와 씨름하느라 지친 아내를 위해
11시부터 3시까지는 제가 아이를 봅니다.
남들은 대단하다는데, 뭐 해보니까 해볼만 하드라구요.
저는 30대 초반의 가장으로서 한달전 태어난 우리 첫째아이 준서의 미소에
푹 빠져있는 아빠 초년생입니다.
아직 5주 밖에 되지 않아서 눈을 마주치도 못하고
말을 알아듣고 웃지는 못한다고 하지만 엄마, 아빠 눈에는 모두다 알아듣고,
쳐다보고, 웃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그나마 웃을 수 있지만 첨에 병원에 있을땐
정말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가 아니라 눈이 커서 유난히도 눈물많은 아내가 말이죠.
그 이유인 즉슨, 뱃속에서 태아가 거꾸로 있어서 자연분만을 하면
위험하다고 하여 제왕절개를 해야했죠.
요즘 젊은 사람답지 않게 편하게 수술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아이의 지능 발달이나 모든 면을 위해서
힘들지만 자연분만을 하겠다고 늘 다짐해왔던 아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옆에 자연분만한 산모들이 다들 분만 당일 저녁부터
식사를 하고 걸어다니는데에 비해서
제왕절개 수술을 한 아내는 3일간 금식에다가 움직임도 힘들어서
다음날에서야 침상에서 겨우 일어나서 제가 부축해서야
겨우 화장실에 가는 정도였습니다.
전신마취를 한데다가 3일간 금식을 하니
보통 2-3일 후에 초유가 도는데 4-5일이 지나서도
초유는 겨우 몇방울 맺히는 정도였습니다.
그때 수유실에 있던 다른 산모는 젖이 줄줄줄 흘러서
수유할 때 옷이 다 젖을 정도였는데
그게 너무도 부러웠습니다.
내가 장난삼아
"저 산모의 젖이라도 좀 물려볼까?"
했을때 웃었던 아내가
어느날 밤 심각하게
"내일 저 산모 퇴원하는데, 아침에 한 번 부탁해야겠어..."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아내는 마침내 수유실에서 그 산모한테 부탁해서
결국 어릴적 심청전에서 들었보았던
이른바 '동양젖'을 먹였습니다.
"어떻게 말했어" 하고 내가 물었더니
아내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우리 애기 젖 좀 주실 수있어요? 젖이 잘 안돌아서요...라고 말하는데..
막 눈물이 나서 울었어"
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니 저도 눈시울이 시큰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이제 어느 정도 모유도 좀 나오고,
분유반, 모유반 섞어서 잘 먹은 덕에
출생시 3.5kg 이던 준서의 몸무게가 5.4kg이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준서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배고프다고 막 울어서 젖을 물렸는데
15분 이상 한참을 빨다가 잠이 들어서 젖병을 보면
그대로 분유량이 줄지않는것이었습니다.
그리곤 또 10분 있다가 또 막 울고...
젖병 물리면 빨다가 자고...하기를 서너번...
아내는
"얘가 잘 때 그냥 자지 않고, 젖꼭지를 무는 습관이 생겼나봐,
인공 젖꼭지 하나 사서 물려야겠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래? 그럼 그래야지..."하면서
또다시 보채는 준서에게 다시 젖병을 물렸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빠는 준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젖병이 줄지 않았습니다.
또 목구멍으로 분유가 넘어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도 이상해서
힘껏 빨고있는 젖꼭지를 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았더니
글쎄 보리차 건더기가 젖꼭지를 막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보리차에 분유를 타서 먹이거든요.)
'헉'....
준서는 입구가 막혀버려서 분유가 나오지도 않는 젖꼭지를 문채로
보채지도 않고 열심히 15분 정도 빨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가
또 배가 고파서 바로 깨고를 반복했던겁니다.
순간 아내는 미안한 얼굴로 아무 말도 못하고
나의 눈치만 보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미안해하는 아내에게
"애고애고 초보 엄마 봐라,,이런게 다 노하우지..오늘 또 하나 늘었네..지식..하하"
하고 웃어 넘겼습니다.
한달밖에 안된 착한 준서...
우리 아들이 초보엄마, 아빠보다 더 한 수 위인것 같습니다.
초보 엄마, 아빠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그때 어려운 부탁을 들어 주셨던
고마운 산모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나른한 아침 출근길을 지켜주시는
국민MC 김차동 씨, 작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일 출근길도 졸리지 않도록 화이팅 해주실거죠 ?
이름;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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