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이 되어갑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들의 곁을 떠나신지가... 결혼을 하고 시부모님과 3년을 사는동안 전 정말 편안하게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사는곳이 시골 변두리여서 출퇴근 시간이 버스시간과 맞지 않아 같이 사는 3년 동안을 아버지는 하루도 빠짐 없이 며느리인 저를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시켜주셨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같이 살면서 불편해 하지 않을까 언제나 제 편에서 생각해 주시고 배려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전 오히려 친정에서보다 더 편안하게 시댁에서 지낼수 있었습니다. 결혼 후 1년, 전 첫아이를 낳았습니다. 시댁 집안이 딸이 귀한 터이어서 첫 손녀를 보신 아버지는 너무나 좋아 하셨습니다. 출산 휴가를 1달 밖에 쉬지 못하고 젖먹이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출근을 할땐 가슴이 아팠지만 아버지께서 너무나도 잘 보살펴 주셨던 지라 마음 놓고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번은 아이가 코감기에 걸려 젖병을 빨지 못하자 아버지는 주저함 없이 아이의 코에 입을 데고 콧물을 입으로 3-4차례나 빨아 내어 코를 뚫어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엄마인 저도 하지 못하는데 아버지는 더러움도 모르고 손녀를 그렇게 지극 정성으로 키우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조금씩 잔 기침을 하시던 아버지는 혹시라도 어린 손녀에게 감기라도 옮길까 걱정되어 병원을 찾으셨는데 검사 결과 폐암 말기였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수술 후 에도 6개월을 장담하기 어렵다는말에는 가족 모두 할말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겨내셨습니다. 이렇게 이쁜 손녀를 두고 내가 어디를 가냐며 오히려 가족들을 안심 시켜주시고, 스스로 당신 몸을 챙기셨습니다. 하늘도 그런 아버지를 외면하지는 안으셨습니다. 6개월을 못 넘기신다던 아버지는 그렇게 7년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둘째 손녀까지 보셨습니다.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첫째, 둘재 모두 아버지께서 손수 키워 주셨습니다. 얘들 재롱 떠는모습 보면서 고통도 잊으신다며 시고모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업고 입히고 재우면서 아이 둘을 키워 주셨습니다. 아이들이 행여 걷다가 넘어지면서 흉터라도 생길까 두려워 아버지는 방안에 있는 가구의 모서리는 모두 톱으로 썰어 손녀들의 몸을 보호하셨습니다. 얼굴에 흉이라도 남으면 안된다 하시면서요. 그러던중 저희는 큰아이 학교문제로 분가를 하게됐고 유난히 아파트를 싫어하셨던 아버지는 저희가 3층으로 이사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레박 처럼 생긴 바구니를 만들어 오셨습니다. 아파트에서 화재라도 발생하면 뛰어 내리기라도 해야 하는데 어른은 3층에서 뛰어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아이들은 다르다며 아픈몸을 이끌고 어디서 구하셨는지 동아줄과 굵은 철사를 바구니에 꼼꼼히 묶어 어른이 안에 앉아 있어도 끄덕없을 정도의 바구니와 1층까지 닿을수있는 동아줄을가지고 오셨습니다.
누가 봐도 지나칠 정도로 손녀를 아끼고 사랑하셨던 아버지는작년 여름 세번의 수술을 끝으로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다.
아버지가 떠나신지 1년... 지금 생각해 보니 전 그 동안 아버지께 모든걸 받기만 했습니다.
합병증으로 3년동안 대상포진을 앓고 계실때 전 아버지의 고통을 알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신 후 작년 겨울 제가 대상포진을 앓았을때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고통에 시달리면서 내내 아버지 생각을 하며 울었습니다.
아버지... 이젠 편안하시죠? 이젠 아프지 않으시죠. 편히 잘 계세요.
전 지금 어버지께서 남기고가신 보물을 보고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너무나도 아버지가 보고싶습니다.
아버지... 당신은 너무나 멋진 분이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남기고가신 것은 세상 그 어느것과도 바꿀수 없는 사랑의 보물입니다.
ps : 8월 20일 저희 아버지 첫 기일입니다. 20일날 방송 부탁드립니다. (채택된다면요.)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기는 처음인데 서툴러서 표현할수없는 내용이 더 많아 안타깝습니다.
011-9448-8263 (063-858-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