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그냥 때가 되면은 언젠가는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가게 마련인것을 결혼해서 13년간 그 사이 우리 친정 시댁부모님들은 모두 돌아가셨다. 나에게 그나마 마지막 계셨던 시아버님까지 칠월을 마지막으로 운명을 달리하셨을 때 나는 가신 우리 시아버님의 몸을 온몸으로 감싸안으며 소리없는 울음을 내야했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 나는 니가 책을 끼고 사는 것이 참 이쁘다고 말씀하신 그 분이 생각나서 하염없는 울음을 삭이며 울어야했다.
낮엔 아파트 12층에 홀로 계시면서도 대학생들이 셋이나 되는 그 애들의 책을 모두 읽으시며 2년을 사시다가 마침내 가신 그 분앞에 더이상 잘해주지 못했던 나를 자책해보면서 지금 나는 너무도 우리 아버님이 보고 싶기만 하다.
내가 결혼해서 그분들과 같이 살던 3년이란 시간은 나에겐 참 행복했었다. 버스한번타고 시내나가려면 10분은 걸어나가야했고 혹 놓치기라도 하면 시간반을 기다려야했던 그곳을 겨울에 머리한번 감으려면 장작불에 물을 끓이고 감고 나가야했던 그곳을 나는 그리워한다. 우리집은 그 동네에서도 유명한 시암안집이었는데
어디를 가든 나는 시암안집 다섯째라고 하면 모두들 금방 알곤 했다. 우리집이 얼마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집이었었는가를 누가 기억할까마는 사철 꽂이 지지않는
봄이면 수선화부터수국에 백목련이 아름다웠고 장마비가 주룩주룩내리기 시작하면 그속에서도 절개를 지키며 서있는 백합과 자목련 향기로운 작약의 그 모습을 아주 사랑했었다.
우리아버님은 꽃을 한번 심으시면 아주 많이 심으셨다. 동네사람들도 즐겨야한다고 아주 긴 우리집 담모퉁이부터 사루비아 국화를 코스모스까지 심으시며 풀한포기 안나게 가꾸고 또 가꾸셨다. 큰형님이 모셔가신 이후로 아파트에서만 생활하신 그분이 얼마나 당신이 평생 가꿔오신 그 예쁜집을 못잊으시고 눈을 감으셨을까
2년전 어머니 옆자리에 가묘를 해놓으시고 시간만 되면 그곳을 찾으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우리집에서 한 일주일씩 지내실 때 우리 아버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미래를 설계해놓아야한다고 우리는 자식만 바라보고 살아서 남은게 하나도 없는데 노인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고 비축해놓으라고 하신 우리아버님이 지금 나는 너무도 보고 싶어서 내 가슴속 한켠에 행복을 남겨두고 가신 그분이 이렇게 내 가슴속에서 살아움직인다. 아버님 사랑해요. 예전에도 전 아버님을 사랑했었어요. 아시지요. 제가 지금할 일은 우리 아홉형제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게 다섯째로서 나도 행복의 다리를 놓아야한다는 것을 우리 아버님이 전해주고 계시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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