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나 이별이 슬픈 까닭은..
우리가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야.
잘해주든 못해주든.. 한 번 떠나버린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다는 사실 때문
에..
우리는 슬픈거야 ....
- <아홉살 인생중에서..> 위기철 -
3주전 월요일 아침에 친구의 전화 한통을 받고 갑자기 머릿속이 멍해졌습니다.
"수진아! 아빠 방금 눈 감으셨다......"
가장 친한 친구 영숙이의 수화기 건너 들려오는 목소리는 힘없이 떨려왔습니다.
아직까지 곁에서 소중한 사람을 떠난 보낸 경험이 없던터라,
그저 아무 생각도 나질 않고 하루 종일 멍해 었습니다.
부랴부랴 6시에 퇴근해서 장례예식장에 도착한 저는 들어서기가 좀 머뭇거려지더군요.
익숙하지 않은 향냄새가 코를 찔러오고, 여기저기 사람들의 웅성거림...
곧 여기저기 음식을 나르며 바빠 보이는 친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의외로 씩씩해보이는 친구의 모습에 도대체 어떤 말부터 건네야할지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한번도 해본적이 없던터라 절은 해보지도 못하고 어설프게 친구 아버지께 향 한개 피워드리고, 사진만 물끄러미 쳐다보다 내려왔습니다.
저렇게 사진속에선 환하게 웃고 계시는데, 담도암이 다시 재발하셔서 돌아가실 때 즈음엔 정말 뼈만 보일정도로 야위신 모습이 생각나 콧등이 시큰해지더군요.
그냥 친구 손 꼭 한번 잡아주고 등 두드려 주고 왔습니다..
가끔 글썽거리는 눈물을 애써 보이지 않으려는 친구가 안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하루였습니다.
나라면 어떨까?
아마 슬퍼서 눈물을 바다만큼 쏟아내고도 모자라 거품 물고 쓰러질 것 같은데...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하느님은 아마도 사람들에게 '인내'를 가르쳐 주려고 소중한 사람들을 데려가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고 싶어도 마주 앉아 볼 수 없고, 만지고 싶어도 느낄 수 없으면 얼마나 간절하게 그리울까요?
나오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수진이냐? 왠일이야? 전화도 다 하고... 밥 먹었어?"
"어.. 그냥 엄마 목소리 듣고 싶어서 했지.."
"별일이네.."
"엄마.. 영숙이 아빠 돌아가셨어..."
"진짜? .... 결국 돌아가셨구나... 그래서 전화했어?"
"어? 그냥 생각나서..."
".... 영숙이 위로 많이 해주고,,, 그러니까 엄마한테 잘해!!"
빙긋 웃음 짓게 만드는 엄마 목소리를 듣고 나니 울적하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더군요...
결혼한 후로 전화도 자주 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만 가득했었는데...
안 할 순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 할 수 있도록
앞으론 엄마에게 더 자주 전화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엄마에게 전화 한통 해야할까 봅니다.
전북 완주군 상관면 신리 162번지
019-682-2997 황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