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터 아니 일주일 전부터 난 집안 청소와 정리, 그리고 음식장만에 여념이 없다. 우리집에서이번 토요일(17일)에 어머님 생신잔치(?)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사람에게는 가벼운 일상적인 행사일 지 몰라도 내겐 정말이지 꽤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꼭 잘 해내고 싶다.
객지에서 오는 시누이들을 깜짝 놀래주고 싶다.
이번 기회에 나의 살림솜씨를 번듯하게 자랑도 하고 싶다.
물론 어머님 아버님으로 부터 칭찬도 받아야지....
이 집 이사온 지도 7년 째이고, 결혼한 지도 26년이 되었건만 아직도 살림에 질서가 없이 대충 살다보니,치우고 정리하는 데에 끝이 없지만 마냥 정리정돈만 할 수는 없기에 이제는 음식 장만에 들어갔다.
퍼부어대는 빗속도 마다않고 할인마트와 재래시장을 오가며 장도 어지간히 봐놨다. 주말 부부인지라 집에 없는 남편은 준비상황이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많은 것 같지만 그렇기때문에 더 잘 하고 싶다.
인터넷을 뒤지고 요리책을 펼쳐가며 요리품목을 정하고 하나하나 장만하다가 잘 정돈된 싱크대도 슬쩍 한번 열어보면 말끔히 정돈된 양념들과 그릇들이 반짝 웃어준다. 언제한번 이렇게 정갈하게 정리해본 적이 없는 살림이었다.
변명이라면 내겐 살림할 시간이 없는 바쁜 사람이라고 할 수 밖에.
살림하는 맛도 참 좋다!!!
그 동안 학생들 가르친다 핑계로 김치 한번 제대로 담아본 적 없고, 모든 양념과 밑반찬등을 시댁과 친정에서 주시는 대로 가져다 먹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런 모습으로 살아갈 테지만, 이젠 친지와 가족의 모임 때 만이라도는 열과 성을 다하여 음식을 준비해서 정성껏 대접하리라 마음 먹고 시작한 일이다. 그래서 음식점에서 음식을 사먹지 않고 집에서 힘들게 하는 것이다.
참 나의 하루일과를 살짝 공개하자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도시락 챙겨 제과학교로 - 5교시간 교육받고 집에오면 오후3시가된다. (6시30분에 일어나서 무려 8시간 30분을 직업학교에서 보낸다. 오전 시간을 보람되게 보낼려고 시작한 일이 상당히 버겁지만 빵만드는 일은 너무 즐겁다.)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 켜고 학생들 수업준비차 인터넷 수업을 받기도 하고, 문제도 다운 받다보면 4시30분 부터 학생들이 학교 수업 마치고 하나 둘 공부하러 온다.
이때부터 중간에 약간의 짬은 있지만 자정까지 학생들을 가르친다.
내겐 식사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아 배고프면 서서 아무때나 대충 있는대로 해결한다. 과로한 탓으로 성대도 많이 상했고, 신장에도 이상이 있어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녀할 입장이지만 내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무엇보다 생활에 당당하다.
아들(서울대4년다니다가 지금은 해병대 복무중)과 딸(전북대3년)에게는 엄마노릇을 제법 열심히 했고, 공무원인 남편께도 많이 헌신했다고 자부하지만, 부모님들껜 늘 죄송하고 불효했던 것 같다.
어머님 아버님 생신은 물론이고, 설이나 추석명절에도 항상 어머님댁에서 어머님이 거의 다 하시고 난 준비해주시는 대로 전이나 부치고 밥상이나 차리던지 아님 설거지정도나 할 정도 편하게 지냈는데 이렇게 내가 손수 장봐서 음식장만하기는 부끄럽게도 처음이다.
그동안 부족한 나를 대신해서 애써온 예쁜 시누이들께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앞으론 더욱 좋은 올케언니가 되리라 가만히 약속해본다.
-평택에서 오는 큰 시누이가족, 서울의 막내 시누이가족, 경상도 경산에서 오는 둘째 시누이 가족, 그리고 부산에서 저희집에 처음 오시는 사촌시숙내외분님.
빗길 운전 조심해서 오시구요,기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그리고 어머님 아버님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건강하시고, 어머님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 소진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