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네 아빠는 비행기에서 떨어져서 죽었지?죽었지?얼레리 꼴레리~~
늘상 어렸을때 듣던말이었다..동내 칭구들하고 놀다보면 항상 나에게는 아빠도 없는애...이런 수식어가 붙었다..그저 그땐 어렸기에 집에 들어와 "엄마.아빠가 뭐야..애들이 우리아빠 비행기에서 떨어져 죽었데.."옆에서 듣던 할머니는 항상 이런 날 보시며 "이그..불쌍한것...."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나 9살 되던 해였다..엄마가.."진아..엄마랑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엄마가 아빠 만들어 줄께..철없던 나 그저 맛있는거 먹으러 시내 나간다는 엄마말에 어찌나 좋았던지 엄마를 따라서 갔다...시내 어느 음식점에 들어간 순간 어떤 아저씨가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아이고..우리 진이 왔네"그저 모르는 아저씨의 그런 호의가 어린마음에 이상하게만 느껴졌지만 그냥 맛있는거 사주고 하기에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있었다...식사를 마친후 엄마는 나에게 그러셨다...이제부터 이분이 너의 아버지라고...아저씨랑 친해져야니까 오늘은 아저씨집에가서 자고 오라고...
난 그때 좋다고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서 그 아저씨의 집으로 같이 갔다...
낮선곳은 첨이라 그런지 난 왠지 어색하고 지금도 생각나지만 그 특유의 냄새..아마도 홀아비 냄새였던것 같다...
그 아저씨는 아까 엄마와 있었던 때와는 행동이 달라졌다...나보고 물가져와라..테레비를 켜라..문열어라..닫아라...어린마음에 무서운 생각이 들어 집에 가겠다고 때를 써보았지만 그것은 소용없었다...그 아저씨는 나를 앉혀놓고는 교욱을 시키기 시작했다...아빠라고 불러봐...그럼 아저씨가 맛있는거 또사줄께...
난 그말을 태어나서 한번도 불러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말이 나오질 않았다..
"진이 누굴 닮아서 이렇게 고집에 쎈거야...종아리 걷어...하시며 갑자기 나를 빗자루 가지고 때리시면서 아빠라고 하라고 하는것이었다...
너무도 무서워 계속울기만 했지만 그 아저씨도 지치셨는지 그만 자라고 하셨다..
밤새 엄마를 부르며 어찌나 울었던지..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도 이가 갈리고 치가 떨린다...그렇게 밤을 새운후 다음날 나는 얼른 집으로 간다고 보내달라고 했다..엄마가 나를 데릴러 왔다...나는 엄마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고 그 아저씨는 테연스럽게 "애가 낯을 얼마나 가리던지 밤새 우는거 달래는라 혼났다"하며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것이었다..아마도 내가 어리다고 무시를 했나보지...
어느날 부턴가 그 정말 보기 싫은 아저씨는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때까지 외동딸이었던 난 동생도 둘이나 생겼다...막내동생은 나와 띠동갑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나는 그 아저씨와의 갈등이 더욱 심해졌다...너무도 굳게 닫혀버린 나의 마음을 좀처럼 열기에는 너무도 세월이 흘러버렸기에...아버지란 존재도 알게되가면서 왜 난 아버지가 없었을까...이런저런 생각들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던 어느날 집으로 한통의 전화가 왔다.."여보세요".."명선이가..나 고모네.."
참고로 명선은 우리 엄마 이름이다...저...진이 아빠가 지금 오늘 내일 하고 있는데 진이 보고 잡다카는데 한번 안와볼라요...여기 나주 병원인디...."아마도 한번도 뵙지 않았었떤 고모는 내가 엄마인줄알고 착각했던 모양이다..."저기여..제가 진인데여..."고모는 아마도 내가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었던걸로 생각하셨던지..나보고 나주 병원으로 오라고...몇호실인것 까지 다 알려주시는 것이었다...
난 너무도 혼란스러웠다..가야할지 말아야할지..그분은 왜 날 두고 따로 사시는 것인지...무작정 고모께서 알려주신 병원으로 갔다...학교도 가지않고 새벽기차를 타고 엄마에게도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병원으로 향했다...처음 가보는 나주라는땅에서 무작정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는데 병실앞에서 어찌나 망설이고 울고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정말 드라마에서 있던 일들이 나에게 벌어지는구나...나의 인생은 처음부터 잘못된거였구나...하는 모든 생각들이 스쳐지나가고 있던 순간...병실문이 열리더니 곡소리가 들리는것이었다...영문도 모른채 뛰어들어가본 병실에는 싸늘하게 늘어져 있는 시체뿐...그저 처음 보는 사람..아니 시체였지만 아마도 그것이 핏줄이 땡긴것이었던지..무서운지도 모르고 그냥 그 시체를 와락 껴안고 울어버렸다...20년만에 본 날 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조금만...조금만 일찍올껄..그럼 나의 친아버지와 눈이라도 마주칠수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에 너무도 힘들었다...고모며 여러 친지분들과 인사를 나눈뒤 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집에서는 나를 찾고 난리가아니였나보다...엄마가 우시면서 어디냐고 하기에 아빠에게 왓다고 했더니...니 아빠는 지금 회사에 있는데 거기 왜갔냐고 타박하시기는....나주에 왔다고 하니까 깜작놀라시며 언능 오라고 하시는것이었다..난 그렇게 할수 없어 아빠 땅에 묻힐때까지 있다 갈꺼라고 나 찾고 싶으면 엄마가 오라고 그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고모께서 많은 예기를 해주셨다..엄마와 아빠가 결혼하신후 아빠는 잦은 외박과 도박으로 엄마의 가족을 힘들게 했었던 모양이다..참다 못한 엄마는 아빠와 이혼을 결심하셨는데 그땐 이미 내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였다...그렇게 혼자 어렵게날 키우시다가 지금의 새아버지를 만나신것 같은데...이런저런 말에 너무도 혼란스러웠다...이젠 나도 다 컸으니 엄마를 이해해야하나..아니...아빠를 ....몰라몰라.....
다시 나이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나의 머리속은 항상 어딘가를 떠나있는듯 싶었다..그때까지 난 새아버지에게 아버지란말...아니 눈을 마주쳐도 밥을 같이 먹어도 말을 한마디도 해보지 않았다...우리 집에서는 이제 그런갑다 하는 일이 되어버렸지만...동생들은 좀 이상하게도 생각하지만...동생들에게 까지 나만 너희와 다른 피를 가지고 있다고 하고 싶진 않다...
이제 그분도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고 계신 나이다...올해 24살인 나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어느날 새아버지가 그렇게 말 한마디도 안하던 새아버지가 나에게 살며시 말하시는 것이었다.."시간 되면 나한테 전화 한번 줄래?너랑 할 예기가 있다.."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한참을 생각하다 전화를 드렸다...
하필 만난곳에 새아버지와 처음 만났던 곳이었다...어찌나 어색하고 적막이 감돌던지 정말 1분이 1년처름 느껴졌었다...살며시 나에게 무언가를 건내시며...
"아마 너의 일기보다 정확할것이다.."하시며 큰쇼핑백으로 가득담긴 디스켓을 주시며 "먼저 계산하고 올께 쉬었다 와라"하시며 나가시는 것이었다...
난 그 디스켓을 들고 바로 피씨방에를 갔다...그 디스켓에는 바로 그동안 새아버지께서 나에게 하고 싶으셨던 말...그리고 내가 있었던 일...엄마에게 들었던 일...들이 새새 하게 적혀 있었다...예로 하나의 글을 올리자만 이렇다..
2000년 12월 2일
진이야..축하한다..오늘 연주 성공리에 마쳤다며..이 아빠가 가서 축하 해 주고 싶었지만 너가 싫어 할거 같아서 마음으로라도 축하 한다...
그동안 집에서 너의 피아노 연습 소리를 듣고 있자면 하루의 피로가 녹아버리는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몰랐지...난 니가 치는 곡이 무엇인지도 다 안다...니 엄마한테 물어봐서 그 씨디 하나 구입해서 들었지...너가 치면서 뭐가 틀렸는지도 다 알고 있는걸...맨델스존 피아노 협주곡이 진이 니가 치니까 더 듣기 좋더만..지금 자고 있지...무슨 생각하며 자니..궁금하다..그럼 잘자고 또 하루를 기다려 본다..너가 나에게 말을 걸날을...
참고로 난 피아노 전공을 하기때문에 연주회등이 많다...
이런 글들의 처음을 보니까 1991년 3월부터였다....
아마도 나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려 주셨던 모양이다...무려 15년이나....
난 그 디스켓을 받은후로도 그다지 용기가 나지 않아 예전과 같이 그저 말도 안하고 그렇게 지냈다...지금까지 미워했던 새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은 하나둘 잊혀져 가고 있는데 용기가 나지 않는다...아버지는 항상 출근 시간때 이 프로를 듣는다고 등교를 아버지와 같이 하는 동생에게 들었다...이사연을 계기로 새아버지께 아빠라는 말을 해보고 싶다..
아빠...그동안 죄송했어요...진이가 앞으로는 더이상 아빠 맘 태워드리지 않을께여..아빠 사랑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