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운전면허를 따야겠다 마음먹은 계기가 뭔 줄 아세요?
사실 저 겁이 많아서 운전이란 걸 아예 엄두조차 못 내고 있었거든요.
군대까지 다녀 온 자그만치 스물 다섯에 말이에요.
하지만 힘들게 식당일을 다니시는 어머니를 보고, 그래, 한 번 도전 해 보자 결심했죠.
어머닌 20년 가까이 일만 하신 나머지 온 몸 구석구석 편한 곳 없이 늘 파스냄새에 절어있다시피하시죠. 고혈압이 이미 위험수치를 넘은 상태인데도 그렇게 계속 일을 하러 나가십니다.
어느 자식이 이 모습을 외면할 수 있을까요.
출 퇴근이라도 편하게 해 드리자 마음먹은 곧바로 학원에 등록하고, 기능, 도로주행 모두
한 번에 합격했으니 저 어머니를 향한 마음이 간절하긴 했었나봐요.
그렇게 초고속으로 면허증을 취득하긴 했지만 저희 형편에 승용차를 산다는 건 엄두 조차 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묘안을 짜낸 것이 업무용 1톤 짜리 화물차로 어머니를 출 퇴근
시켜드릴 수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어머닌 제가 운전하는 차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시대요?
아무래도 어머니는 겁이 나셨나봅니다. 계속 그냥 걸어간다 하시니, 저 은근히 오기까지
생기더라구요. 아들 못 믿냐는 둥, 정말 괜찮다는 둥, 일단 한 번 타보시라는 둥,
사모님 기사 여기 왔다는 둥, 온갖 미사어구를 다 동원해 겨우 어머니를 태울 수 있었습니다.
클러치와 가속페달의 어설픈 조작탓에 시동 연달아 세 번 꺼트리고 어색하게 애써 웃으며
다시 시동을 걸고 어머니의 첫 기사가 되어 기분 좋~게 달렸습니다.
다행히 아무 사고도 내지않고 무사히 가게 앞까지 모셔다 드렸죠.
그 날 경험은 제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본 뿌듯함이었습니다.
어머니께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좋은 차로 좋은 곳 여행가요~ 했던 약속.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쁘던지요. 일년에 반 이상을 병원에서 사는 누나도 이제 더 이상 택시비 아까워 걸어가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좋은 걸 그동안 뭐가그리 무섭다고 벌벌 떨었었는지...우습네요.
내일도 저희 어머님 출.퇴근길 보디가드 겸 기사로 역할 충실히 하렵니다.
방송 들으시는 모든 청취자들 항상 안전운전 하시기 바랍니다.
운전이 단순히 차를 몰고가는 것만이 아닌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의 생명을 이어주는 것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조심하게 되지 않을까요?
익산 왕궁에서 보냅니다.
011-9561-4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