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은 부리부리한 두 눈과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십니다. 현재 군산남고에 근무하시는 정주섭선생님은 얘나 지금이나 한결같으시더군요.
저의 고향은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면인데요. 임자도라는 섬은 신안군내의 섬 중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였습니다. 임자도에 가기위해서는 광주나 목포에서 당시 두세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또 30여분 배를 타고 도착할 수 있었던 섬이지요. 지금은 다소 소요시간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인근 대도시와는 상당히 먼 거리지요.
1990년으로 기억이 되네요. 신설학교였던 그곳은 마치 성냥갑을 엎어놓은 듯 횡~하니 건물 한 채만 놓여 있었죠. 인사발령이 나던 2월경이면 바닷 바람도 더 기세등등해지는 때인데 슬하의 두 자녀와 사모님과 함께 오셨습니다. 저도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아기가 열이라도 나면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데 당시 섬에서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생각이 듭니다.
당시에 모든 것이 열악했기에 연탄을 사용하던 학교관사에서 연탄가스 사고가 빈번했고 또 숙직을 서던 인근 초등학교 선생님께선 감전사하기도 하였죠. 이사철에 교통사고는 어찌나 잦았던지...
그런 힘든 시절에 저희들에게 성실함 그 자체로 그리고 열정 그 자체로 모든 아이들을 사랑해주시며 사람됨을 강조하셨던 선생님께서 2년 전 인근 학교에 근무하신다는 이야길 광주에 계신 고3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듣고 작년 2월에 고3때 담임선생님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인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선생님께서 고향인 전북에 오시고자 전남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전북으로 그렇게 옮겨 다니셨더군요. 당시 열악한 상황에서 애써주신 선생님께 감사함을 표했더니 애써 선생님께서 교직생활을 하시는 동안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말씀하시며 외면하시더니, 이윽고 분위기가 고조되고 소줏잔을 기울이시며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시던중에 타향살이를 하는 제자에게 선생님의 타향살이에 대한 설움과 애환을 말씀하시면서 “힘든일이 있으면 도움을 구하라”는 자상한 한마디를 힘있게 덧붙여 주셨습니다. 늦었지만 선생님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날 이후 저도 선생님의 크신 은혜에 걸맞게 생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 찾아뵙지도 못하고 또 지근거리에서 자주 찾아 뵙지 못한 못난 제자 용서해 주실거라 믿습니다.
군산제일고등학교 교사 임영근 010-7178-7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