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요즘은 내가 눈이 침침해서 이런 편지보내도 잘 안보인당게~
뭔 늙은이한테 편지를 썼다냐!“
이번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놈이 외할머니께 건강하시라는 편지를 써서 보낸걸
하나도 못알아보는 울 엄마! 어쩌다 그렇게 늙어만가시나요?
어렸을때 내 엄마의 엄마,외할머니가 넘 일찍 돌아가셔서 새 엄마 밑에 크다가 열 몇살때부터 남의 집살이(가정부)를 하다 어떻게 해서 생활력,책임감없는 아빠를 만나 결혼하셨다며
한숨섞어 푸념하듯 늘어놓으신다.
내 어릴적 엄만 세상에 안해본 장사가 없을 정도로 생계수단이 될수 있는건
(병아리장사,봉투장사,튀김,통닭,배추,식당등등) 당신 힘든거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자식들 배 굶기지 않을 거라면 물불 안가리셨던 분이다.
지금은 흔한게 비닐봉지이지만 내 어릴적 종이봉지를 사용하던 시절!
돼지사육장에서 돼지똥이 묻어있는 다 쓴 사료푸대를 모아다 한쪽에서 털고 닦아
내 자식처럼 싯어 그걸 샛방살이 단칸방에 쭉 펴놓고 풀발라 직접 종이 봉지를 만들어
각 시장마다 돌아다니며 팔고 돌아오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리 문열어 놓고 걸레로 닦아도 울 집(?) 아니 방은 항상 냄새 또 냄새.. 지겨웠다. 흑 흑..
친구들이 멀리할까봐 무서워 아예 남동생들 외엔 같이 놀지도 않았고 무슨 고집에선지
항상 혼자였다. 엄마가 창피하고 미웠다.
하루 번 돈으로 맛난거라고 사들고 오시는 엄마를 돼지똥내 난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코막고 밖에 나갔다가 한참 놀다가 들어와 밥만 먹고 또 나갔던 불효막심한 엄마의
하나밖에 없는 딸! 용서하세요~
나 중학교 사춘기 시절, 우리 집은 시장에서 닭똥집,닭발,닭목을 튀겨 앞에다 늘여놓고 파는
튀김가게였다.
왜 하필 .. 하여튼 지저분한건 다 한다니까.. 정말..
살림방도 가게에 붙어있었는데 싸구려 튀김사러오는 사람들로 북적 북적 난리가 나서 엄마가
“좀 나와 거들지 뒤집어서 뭐헌다냐.언능 안나와~ ”
소리소리 질러대도 매일 똑같이 하는 말,
“나, 내일 시험이야,공부해야 돼”
쯧쯧, 만약 지금의 내 자식들이 그랬다면 매로 때려 당장 내쫓았을 것이다.
“너같은거 필요없어~ 나가 ~“
그때, 울 엄만 비록 시장속 튀김장사 아짐씨였지만 공부욕심은 대단하신분이라
악착같이 삼남매(나와 남동생 둘) 모두 4년제 대학에 다 보내셨다.
헌데, 내가 중3때 그 튀김가게에 불이 난 것이다.
주범은 나다, 나의 실수로 불이 났다.
어느날, 엄마가 넘 피곤하다고 가스불을 끄고 오라고 해서 투덜거리며 가스를 끈다고 껐는데
완전히 잠그지 않은것이 화근이 되어 새벽에 우리 가게와 방은 새까맣게 타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옆집(세탁소)까지 모두 잿더미로 돼버려 그 피해액만 해도
엄청났던 것 같다.
그리고, 울 아빤 몇 차레에 걸쳐 술취해 자살소동을 피우셨고 엄마의 고생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엄마의 고생을 어찌 다 글로 다할수 있으랴~
그런 반면, 난 외동딸,장녀라고 얼마나 대접받으며 걸레 한번 안잡아보고 대학 졸업하고
변변찮은 직장 한번 못다니고 여기 저기 전전하다 덜렁 시집이라고 와 버렸으니 엄마가
얼마나 허전하셨을까..
지금도 시골에서 작은 백반집을 하시는데 모든걸 혼자하시니 얼마나 힘드시겠는가.
가끔 한번씩 친정에 가면 조금 도와드리긴 하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내 가슴이 미어져 내려와 친정갔다 오는 3~4일 뒤론 항상 우울해있곤 한다.
이 딸이 이제 경제적 사정으로 밥벌이를 찾아나서보니 만만치 않은 세상과
엄마라는 주부라는 이유로 나약해져만 가는 나의 모습은 전혀 엄마를 닮지않은
체면과 오만덩어리의 실체다.
가족을 위한 나의 희생이 웬 말인가~
길고 마른 얼굴, 전화 목소리, 성격이 엄마와 너무 닮은 곳이 많은데 엄마의 억척스런
생활력, 그거 하나는 전수를 못 받은 것 같다.
요즘은 60살이 되면 다시 청춘이라 할 만큼 어르신들이 참 젊게 사신다는데 시골에서 고생만
하시는 울 엄마는 제대로 허리도 못피시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엄마, 어버이날이 정확히 내일 모레인데 여러 가지 선물이 있겠지만 나 34살 되어 엄마에게
선물하고픈 진짜 선물은 엄마의 청춘을 선물하고 싶어. 나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실날
고우디 고왔던 사진속 엄마의 젊음과 건강을... 지금도 엄만 하늘만큼 땅만큼 예뻐.
내일 애 아빠와 아이들 데리고 한번 갈께. 힘드니까 너무 많이 장만하지 마시구.
엄마! 사랑합니다. ”
** 혹 제 어줍잖은 글이 채택된다면 또 선물을 받게 된다면 저희 엄마께 보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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