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와 나는 초 중 고를 함께 다닌 께벅장이 친구입니다
유안진의 수필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읽을 때 마다 생각나는 마음의 벗이기도합니다 기쁠 때보다 슬플 때 위로가 되고 힘이되는 베스트 프렌드 이기도 합니다
친구는 서울에 저는 익산에 살고 있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이심박심으로 곧 알아 차리곤 합니다
그 때마다 살갑지는 않지만 마음 따뜻하게 느껴지는 위로와 충고로 힘을 실어 보내곤 합니다 나이로는 저 보다 한살 아래지만 결혼해서 20년 동안 홀시어머님을 모시고 살아서일까요? 삶을 이해하는 넓고 깊어 보이는 마음은...
친구는 나이만큼 아름답고 성숙되어 있는 반면 저는 지금도 철부지라고 놀림받기 일쑤입니다 막내기질은 어쩔수 없나 봅니다
그 날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식구들의 우환에 엎치고 덮친격으로 남편이 장출혈로 쓰러져 119에 실려 가던 날 저는 친구를 붙들고 울고불고 했나 봅니다
여윳돈이 없는 저로서는 마음고생에 몸고생에 돈고생으로 사면초과의 위기에서 허둥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1년 이란 시간이 흘러갔나 봅니다 어제 일 이었습니다 느닷없이
친구는 제 통장의 계죄번호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묻는 제게 쌀 한 가마니 팔아 줄려고한다는 것 입니다
한참을 둘이서 옥신각신 한끝에 가르쳐준 통장에는 아 ! 상상도 못했던 많은 돈이 입금되어 있었습니다
친구의 이야기인즉 남편 몰래 붓기 시작한 적금을 얼마전에 탔다는 것 입니다
그 동안 도와주지 못해 무척 속상했다며 필요한 곳에 쓰게돼서 더할나위 없이 기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 때의 제 심정은 너무 부끄럽고 부끄러웠습니다 언제나 받기만 했을뿐,
친구라고 하면서 생일선물 제대로 한번 사준적이 없는 제게 친구의 사랑은 제게 있어 너무과분한 사랑이었습니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신 성서의 예화나 비유가 아니더라도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느껴지는 친구가 이 시간 너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 동안 먹을거 입을거 안 입고 안쓰면서 아이들과 남편에게는 또 얼마나 짠순이 노릇을 했을까요? 그동안 친구가 어떻게 살았을까를 생각하니 자꾸만 울고 싶은 마음입니다 울어도 울어도 시원찮을 울음이 자꾸만 제 목구멍을 간지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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