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빛깔에 짙은 향의 꽃도 아름답고 매력 있지만
그보다 더 은근한 매력을 풍기는 꽃이 있습니다.
어린시절 들에 나가면 논뚝이나 들판에 피어있던
작고 여린듯 하면서도 야무진 꽃들... 그 꽃들에겐 짙은
향기는 없지만 푸근하고 은은한 멋이 있었어요.
바로 저희 시어머니가 그런 분이십니다.
조금은 무뚝뚝해 보일때도 있고, 처음 대면했을때는
새로 온 며느리감한테 별 관심 없는 듯이 보이셔서 당황스럽기도
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건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어머님의
성격때문이었더라구요.
저희는 아직 결혼식을 올리진 않았지만, 부모님 상견례때 허락을
맡고 혼인신고 하고 조촐하게 신혼 살림을 시작했습니다.
제 바로 위에 언니가 장녀라서 언니 결혼식 이후에나 저희 부부도
결혼식을 올릴 수가 있답니다. 언니는 5월 초에 결혼하거든요.
저희는 시댁이 4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번
씩 인사드리러 간답니다. ㅎㅎㅎ 말이 인사 드리러 가는 거지...
가기만 하면 반찬거리랑 그릇가지랑 이것저것 챙겨주시니 감사하고
또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지난 설날엔 거제도 큰형님도 오시고 모처럼 가족이 모여서 맛난
음식과 대화를 나누며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구요.
그렇게 시댁에 갈때마다 시부모님께 저희 집에도 좀 놀러오시라고 했더니
농사일이 좀 한가할때 오신다고 하시더라구요.
사랑하는 막내아들과 막내며느리 어떻게 하고 사는가 많이 궁금하기도
하신 눈치였습니다.
결국 며칠전에 두분이 둘째형님 차에 짐을 바리바리 싸서 저희집에 방문
하셨답니다. 비록 단칸방이지만 방이 밝고 깔끔해서 살기엔 무리가 없는
집이죠. 다행히 두분은 이쁘고 아기자기하게 잘 산다면서 좋아하시더군
요. 그런데, 배추며 토란줄기며 가지가지 반찬거리와 김치와 함께 어머니가
준비해 오신것이 있었습니다.
" 어머, 어머니 인절미네요. 와~ 맛있겠다. 확(입벌리는 소리) 우물우물
쩝쩝쩝. 이야! 정말 맛있어요~"
인절미를 맛있게 먹는 며느리를 보는 어머니의 표정에는 약간의 쑥스러움
과 흐뭇해 하시는 표정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아가, 니가 인절미를 좋아한다길래 한말 했왔다. 쬐매씩 담아서 냉동실에다 얼렸다가 먹어. 후라이팬에도 구워 먹고~"
아! 그 순간 제가 지난 설 명절때 부엌에서 큰형님, 어머니와 함께 식사
준비하다가 지나가는 말로 " 인절미 후라이팬에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더
라구요."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거예요.
사실, 떡이든 빵이든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인절미 구워먹던 어
린시절의 향수에 젖어 한 말이었죠.
어머니는 그때 며느리가 지나가는 말로 했던 걸 마음에 담아두셨다가
이렇게 정성껏 챙겨 주신거랍니다. 어떻게 제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때 어머니가 가져오신 떡으로 평상시 고마웠던 분들에게 나눠드리며
답례도 하고, 그러고도 남아서 냉동실에 가득...
지금도 한봉지씩 꺼내 녹여 먹으며 어머니의 소중한 마음을 되새깁니다.
저희 어머니 정말 사랑이 많으시죠?
우리 두 사람,가진건 하나 없어서 좀 궁색하고, 주변에 신세도 많이 지고
살지만, 한편으론 그 누구보다 큰 재산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마음의 풍요." 말입니다.
들꽃처럼 순수한 매력을 가진 우리 어머님. 어머님께 한마디만 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 늘 베풀어 주시는 사랑에 이 막내 며느리는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저희두 더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 드리면서 어머니께 보답해 드릴께요. 내년쯤엔 이쁜 손주도 안겨드리구요~ 한번도 쑥스러움에 말씀 드리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를 빌어 어머니께 고백합니다. 어머니, 사랑해요~!!ㅎㅎㅎ"
--- 저희 시아버지도 며느리를 끔찍히 아껴주시는 분인데, 어머니 얘기만
잔뜩 쓴 거 아시면 좀 서운해 하실까봐 걱정이네요.^^
"아버님께도 너무 감사하고 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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