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전주 대부분의 학교 졸업식이 있었나봅니다. 남편도 졸업식 후 담임 회식 겸 모임으로 늦은 귀가를 했고, 자녀들 졸업사진이라도 함께 찍는다 조퇴를 하시는 분들도 뵈었으니까요. 소리없이 줄지어 내리는 함박눈을 감상하기는 좋아도, 통근 길 걱정되어 맘껏 좋아하지 못하던 어제 오후! 학교에서는 위험한 등하교길 학생들을 위해 오늘의 휴교를 결정했답니다. 새벽 아침식사를 준비하는데 왠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 주방 창을 열어보니, 하얀 길위엔 평소와는 달리 차들은 보이지 않고 모래살포차와 응급차만 보이더군요. 오랜만에 학교의 결정이 정말 다행스런 것이었다고 기쁜 마음으로 아침을 열었습니다. 지금쯤 밀리는 시외버스에 서서가며, 눈길 곡예운전을 걱정스레 느끼시는 분들께 무척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요. 듣던 라디오 방송 중 모악산 가까운 마을에 사는 이의 환상적인 풍경묘사가 가슴에 가득 차오르며,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픈 생각이 간절해졌답니다.
어젯밤! 9시쯤 귀가해 함께 설경 감상하며 술한잔 나누자던 남편이 낮부터의 모임으로 너무 힘들다며 그냥 잠들어 버렸지요. 평소 운동 함께 하던 여고 동창에게 나와 아파트 근처 겨울 밤공기나 마시자 했는데, 둘째아들 가까운 좋은 학교 배정받은 기쁨을 가족과 함께 나누고 있는 중이라더군요. 우리 딸 둘은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 배정 받는 것이 당연한 시절에 살았는데, 주변 부모들의 원거리 배정에 따른 불만을 많이 듣게 되는 요즘엔 그 친구의 기쁜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포기를 해야 했어요. 오랜만에 보고픈 옛 학교의 후배 선생님과는 긴 통화로, 커가는 아들 키우는 최고의 정성과 백혈병으로 너무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선생님에 대한 공감을 나누었답니다. 지난 화요일 새벽, 한 선생님의 젊은 오빠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에 또한번 생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가져야 했는데, 본인은 물론 가족 중 누군가에게 손쓸 수 없는 병마가 찾아 들었을 때 가지게 되는 뒤늦은 회한을 적게 하려면 늘 현재에 감사하고 늘 기쁨이 되어주려 노력하는 생활해야 함을 다시 되새기며 긴 통화를 마쳤답니다. 홀로 운동삼아 걷기라도 할까 하다가, 이마트 다녀오는 길에 꽈당 넘어지는 엄마를 걱정하는 자녀들 모습이 떠올라, 괜한 눈길 사고 자초하지 않으려 그냥 집으로 들어오고 말았지요. 발렌타인 데이라고 미리 선생님 드릴 쵸코렛 준비해달라는 딸아이의 기분좋은 학교생활을 떠올리며, 자매결연 맺은 일본학교로 떠나는 딸이 그곳에서 시범보일 비빔밥 만드는 법을 가르쳐줄 내일의 흐뭇한 주말 풍경과, 내가 곁에 있음이 늘 편안해서 고혈압 약을 매일 복용하면서도 술 담배를 즐길 수 있다는 남편의 억지섞인 행복한 시간들을 그려보며 편안한 수면을 청했답니다. 12시 넘어 독서실에서 돌아온 딸이 이제 막 시작된 고3의 생활을 스스로 만족스레 꾸려가는 모습 또한 엄마로서는 감사할 일이지요. 월요일 찾아가게 될 동경 센다이역에 대해 뽑아놓은 지도 또한, 아무런 두려움없이 친구들과 어울려 낯선 여행을 스스로 선택한 둘째 딸의 용기가 느껴져 엄마로선 행복하기만 합니다. 장수의 엄청난 눈 속에서 특별한 계획으로 주말을 보내게 될 장수고의 아들딸 또한, 늘 밝은 미소와 예의바름으로 가슴 한 켠을 따뜻하게 데워줌을 기쁨으로 간직하고 있구요. 어제 눈길 어려운 귀가를 생각해서 미리 찾은 버스정류장엔 중고생들과 많은 직장인들이 밀렸지요. 머리를 물들인 초롱이가 교문의 학생부 선생님을 어찌 통과했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만족스러워함이 느껴져 이해가 되었고, 올해 입학하게 될 동생 주희를 소개하던 미란이의 예쁜 마음과, 미정-미진-형재(2004학년도 학생회 부회장 당선)삼남매를 짧은 2년 장수고 재임 동안 어느새 모두 가르친 위대함(?)을 일깨워준 시간들이 좋았답니다. 버스시간이 한참 남아 길가의 붕어빵을 선생님들과 동심에 젖어 나눠 먹으며, 지나가던 얌전한 정하와 미혜에게 건넬때 다소곳한 그들의 미소가 가슴을 얼마나 흐뭇하게 하던지......
눈많은 장수로 인해 휴교를 한 오늘 아침, 어제의 감상을 정리하며 추억의 앨범속에 곱게 꽂아두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행복한 장면들이 너무나 곱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