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풍성했다. 생애 처음으로 맞붙은 서장훈(35·전자랜드)과 하승진(24·KCC)이 팽팽한 매치업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하승진의 완승이었다. KCC는 95-84로 이겨 3연승을 달렸다.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이들의 대결을 앞두고 경기장은 일찌감치 달아올랐다.
전주 MBC는 프랜차이즈팀 KCC의 경기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원정 생중계'를 나왔다. 삼산월드체육관에는 인천 연고 농구팀 사상 한 경기 최다관중인 7366명의 관중이 몰렸다.
팬들의 열기에 보답하듯 서장훈과 하승진도 제대로 맞붙었다. 1쿼터 후반에 처음으로 함께 코트에 선 이들은 2쿼터에서 서로를 수비하는 매치업 대결을 펼쳤다. 서장훈이 하승진을 수비한데 비해 하승진은 2쿼터를 제외하고는 전자랜드의 외국인선수를 막았다.
▶더 큰 선수를 처음 만난 서장훈서장훈은 1998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자신보다 큰 한국 선수를 상대했다. 서장훈은 207㎝, 하승진은 221㎝로 서장훈의 키가 14㎝ 작다. 서장훈이 32분43초 동안 10점 2리바운드에 그친 반면 하승진은 21분21초간 11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들의 역할도 달랐다.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서장훈과 달리 하승진은 "수비와 리바운드에 주력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승진이 공격에서 욕심을 내지 않고 큰 키를 앞세워 수비에서 제몫을 다했다면, 서장훈은 공수를 모두 신경 쓰다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2쿼터 초반 서장훈은 하승진을 밀착수비하다가 파울 휘슬이 울리자 아쉬워하며 "트래블링 바이얼레이션이 아니냐"고 어필했다. 경기 전 허재 KCC 감독은 "나이가 들면 체력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나도 선수생활 말년에는 김승현(오리온스)을 만나면 도망 다녔다"며 웃었다. 서장훈 역시 체력과 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서장훈은 하승진을 막다가 경기 종료 1분 전 5반칙으로 물러났다.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은 "서장훈이 전반적으로 수비를 잘 했지만 하승진이 공격할 때 외곽으로 끌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팀플레이에서 갈린 승부하승진 역시 서장훈이 자신을 수비할 때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다. 그는 경기 후 "장훈이 형은 역시 대단하다. 많은 걸 배운 경기"라고 말했다. 하승진은 3쿼터에 서장훈 앞에서 단 한 차례만 골밑슛을 성공시켰는데, 이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경기했다.
하지만 하승진은 수비에서 서장훈을 골밑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냈다. 하승진은 "장훈이 형을 외곽으로 끌어냈을 때, 외곽에서 던진 슛이 안 들어가서 다행이었다. 만일 그게 들어갔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장훈과 하승진의 승패를 가른 차이점은 바로 '팀 플레이'였다. 전자랜드가 선수들의 무리한 공격으로 자멸한 반면 하승진은 골밑에서 공격할 때마다 추승균, 칼 미첼과 2대2 플레이를 하며 원활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전자랜드는 하승진과 더불어 추승균(20점·5도움)을 막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인천=이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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