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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에스비에스 등 방송사 중심으로 26일 시작된 총파업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간판급 아나운서들이 대거 참여해 투쟁 열기를 고조시켰다.
특히 문화방송의 경우 오전 6시 ‘뉴스투데이’를 맡은 박상권·이정민 앵커를 비롯해 ‘뉴스데스크’의 박혜진, 주말 ‘뉴스데스크’ 손정은, 평일 ‘마감뉴스24’ 김주하, 평일 낮 12시 ‘뉴스와 경제’의 최율미씨 등 시청자에게 낯익은 뉴스 진행자들이 모두 파업에 참여했다.
이날 전국언론노조 결의대회에서 사회를 본 문화방송 박경추 아나운서는 “파업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으면 80년대로 돌아갈 것 같다. 80년대 이후로 싸움을 통해 얻어 온 민주주의가 몇개월 만에 무너지는 것 같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사회까지 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주하 앵커는 이날 결의대회에 앞서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파업이라는 형태의 투쟁이 다른 경우는 몰라도 이번만큼은 적절한 투쟁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견제장치에 대한 고려와 의사 수렴 과정 없이 (한나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태도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앵커와 기자 활동을 모두 접고 파업에 전면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노조의 결정을 따라 (총파업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쇠고기 굴욕협상 보도로 조·중·동과 정권으로부터 호되게 두들겨 맞은 ‘피디수첩’ 제작진도 파업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김보슬 피디는 “피디수첩 보도와 총파업은 별개 사안이며 한 사람의 조합원으로서 나왔다”고 담담한 심정을 밝혔다. 석달 남짓 검찰의 강제구인에 대비해 회사에서 숙식생활을 한 이춘근 전 피디수첩 피디는 “한나라당과 족벌 신문, 재벌은 문화방송이라는 존재를 항상 불편하게 생각해 왔다”며 “우리는 똑같은 상황이 다시 오더라도 항상 권력을 비판하는 방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디수첩 개편 뒤 새로 진행을 맡은 문지애 아나운서는 “파업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고 짧게 결연한 의지를 비쳤다. ‘뉴스후’ 김주만 기자는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은 문화방송의 민영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칼날이 국민과 누리꾼에게까지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파업을 결정하게 됐다. 거대 자본이 방송을 잠식하는 것이 가장 두렵다. 지금 당장은 경제 상황이 안좋아 그 정도 자금 동원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 문을 열어두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파업에 동참하지 못한 간부급 한 아나운서도 “87년 입사 이후 10번의 파업 중 처음으로 이번 파업에 불참하게 됐다. 후배들이 당당하게 싸울 수 있도록 팀장으로서 대체인력 지원 등에 최대한 뒷바라지하겠다”고 애정 어린 지지의 마음을 전했다.
26일 오전 10시 전국언론노조 총파업 에스비에스 출정식에서 만난 심석태 에스비에스 노조위원장은 차분했다. 하지만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번 총파업의 정당성을 힘주어 강조했다.
민영방송인 에스비에스 노조가 파업의 깃발을 들기는 1990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노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공영방송과 달리 에스비에스는 소유주가 분명하게 있어 파업이라는 집단적 저항은 그만큼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번 총파업은 외부에 여권과 문화방송의 대결로 비쳐지고 있는 형국이다. 심 위원장이 이끄는 에스비에스 노조의 적극적인 파업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그는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언론관계법은 국민들을 볼모로 조중동에게 권력을 넘겨주기 위한 목적이 분명하다”면서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언론의 자유를 모든 기본권에 우선하는 민주주의의 한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스비에스가 나설 싸움이 아니다’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어떤 이들은 ‘우리의 투쟁이 문화방송을 도울 뿐’이라고 말하지만, 공영이든 민영이든 우리는 언론인으로서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언론은 미디어 산업의 일부이지만, 여론을 소통하고 수렴하는 채널”이라며 “재벌과 정권의 언론장악과 다름없는 이 정부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파업 첫 ‘경험’이니만큼 무리하지 않고 유연하게 파업투쟁을 이끌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심 위원장은 “우선 앵커들이 검은 옷을 입는 ‘블랙 투쟁’과 기자들이 육성으로만 뉴스를 진행하고 등장하지 않는 ‘스탠드업 생략’ 같은 상징적인 방식으로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적은 100여명의 인원이 참석한 출정식에 대해서도 그는 “지금은 근무시간이라 조합원들의 참여가 적은 편”이라며 “이 싸움이 회사와의 싸움도 아니고 방송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양한 조합원들을 한 데 묶어낼 상식을 믿고 있었다. 심 위원장은 “노조에 적대적인 사람도 있고, 오늘 집회에 나온 사람 가운데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여·야를 가리기 위한 싸움을 할 시점이 아니고 무엇이 옳은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공동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돼 앞으로 에스비에스 노동조합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