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희씨에게 항의하시는분 이글꼭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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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캠’자른 건 전국 최초지만 누군가 희망얻었으면...”
[인터뷰] 라디오 ‘이백희의 해피투게더’ 진행자 이백희씨
newsdaybox_top.gif 2008년 11월 07일 (금) 10:52:32 성재민 기자 btn_sendmail.gifsunshinenews@hanmail.net newsdaybox_dn.gif
주위 사람들이 시끄러울 때, 사람들은 “지방방송 꺼”라고 말한다. 습관적인 언행이지만 속에는 은연중에 지방을 무시하는 성향이 담겨있다. ‘지방방송’ 편성도 마찬가지다. 지방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영해 서울쪽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못하게 되면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지방방송에는 관심없으니 “지방방송 끄라”는 식이다.

최근 한 ‘지방방송’도 논란에 휩싸였다. 바로 전주MBC 라디오 ‘이백희의 해피투게더’다. 이 프로그램은 전주MBC 가을 개편에서 오후 6시에서 8시 황금시간대에 편성됐다. 지역프로그램으로서는 공격적인 편성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편성되면서 10여년 이상 사랑받아 온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송출되지 못하게되자, 청취자들은 전주MBC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남기고 항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왜 전국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자르냐”는 것이다. 지난 10월 13일 첫 전파를 탄 이래, 논란에 휩싸여 온 ‘해피투게더’의 진행자 이백희(35)씨를 6일 오후 만났다.
   
“‘음캠’자르고 나간 로컬방송은 전국 최초”... “나도 ‘음캠’팬이라 부담”

요즘 고민이 많으시겠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름은 알게됐지만 백희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간단히 어떤 사람인지 말해달라.

지난 2004년 전주MBC MC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해서 처음 DJ에 입문하게 됐다. 이듬해인 2005년 봄 개편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인 ‘별이 빛나는 밤에’를 맡아 불과 지난달 초까지 진행해왔다. 그리고 MC외에는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밴드 ‘스타피쉬’멤버이기도 하고 실용음악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별밤’을 지난달까지 진행해왔는데 왜 갑자기 자리를 옮기게 된건가.

이번 가을개편을 통해 자리를 옮기게 됐다. 편성이나 프로그램 이동은 내 권한이 아니라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전주MBC에서 로컬방송을 새롭게 편성하면서 내가 투입되게 됐다.

‘해피투게더’가 시작된지 얼마나 됐나

지난 10월 13일에 첫 전파를 탔다. 오늘이 11월 6일이니까 한 3주쯤 된 것 같다.

잘 알고 있겠지만 ‘해피투게더’가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송출되는 시간에 편성돼 전북에서는 ‘음악캠프’를 들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한 불만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것 때문에 고민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했다. 처음에 ‘해피투게더’가 이 시간에 편성된다는 걸 알고 “내 방송인생도 끝나나보다”하고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고민을 했었나?

‘해피투게더’편성에 항의하시는 분들의 마음과 내 마음이 같다. 내가 93학번인데 나도 어릴적부터 ‘음악캠프’를 들으며 자란, ‘음악캠프’의 열렬한 팬이다. 그런데 나보고 이 프로그램과 겹치는 시간에 프로그램을 하라니 내가 부담이 크지 않았겠나. 내가 알기로 ‘음악캠프’를 지역에서 자르고 로컬프로그램을 편성한 건 전국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왜 하필이면 나한테...”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첫 방송 문자 500통... “누구냐 넌”

   
해피투게더가 첫 전파를 타던 날 반응이 어땠나?

보통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청취자들 문자가 250건에서 300건 정도 오면 많이 오는 편이다. 그런데 방송 첫 날 문자가 500통이 오더라. 내용이 전부 “너 누구냐” “넌 누군데 음악캠프 시간에 나오냐”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자기 번호가 뻔히 찍히는 데도 문자에 욕을 써서 보내시는 분도 있었다. 게시판도 장난 아니었고.

그로부터 3주가 지났다. 요즘은 좀 어떤가.

요즘은 그래도 많이 안티가 줄어든 편이다. 지금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털어 안티가 10분정도 되는 것 같다. 처음에 안티하시던 분들이 많이 지치셨는지 요즘은 수가 많이 줄었다. 그래도 안티하시는 분들이 참 고맙다. 이 분들이 개인적인 모욕이나 욕을 하는 것보다는 내가 배철수씨에 비해 부족한 점들을 조목조목 짚어주시는 글을 게시판에 올려주신다. 그래서 매일 게시판 글들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이 분들의 날카로운 지적을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 있다.

그동안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힘들긴 했어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방송을 그동안 쭉 해오기도 했고 방송이 재밌다. 지금 내가 배철수씨만큼의 방송은 따라갈 수 없다. 분명히 내 방송이 ‘음악캠프’ 청취자들을 모두 모시고 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그래도 내 방송이 청취자들을 채워줄 수 있는 어떤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별밤’을 맡을 때도 이런 일이 있었나

아니다. ‘별밤’은 이미 전국에서 16명의 별밤지기가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지역화가 잘 된 프로그램이다. 이미 오랫동안 로컬프로그램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그 때는 이런 일은 없었다.

“지역방송이 '후진' 이유 세 가지”

   
이번 논란은 ‘음악캠프’가 대단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파장이 컸던 것 같다. 사실 로컬프로그램 편성으로 서울쪽 프로그램을 못 접하게 되는 것에 대한 반발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아닌가. 과거 전주MBC에서 ‘놀러와’를 잘랐을 때도 그랬고. 지역프로그램 편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개인적으로 ‘놀러와’를 유료 다시보기로 보고 있다.(웃음)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요즘은 콘텐츠도 다양하고 유통경로도 다양하다. 케이블도 있고 인터넷도 있고 해서 누구나 원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골라 볼 수 있다. 지역프로그램 편성도 그렇다. 로컬프로그램이 편성된다고 해서 자기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못 볼만큼 소비자들이 수동적이지 않다. 요즘은 적극적인 소비자들이 많아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한 경로로 찾아보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역프로그램이 서울프로그램을 자르고 들어간다고 해서 꼭 그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것도 아니고 큰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더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게 좋을 것 같다.

또, 많은 분들이 지역프로그램을 꺼리는 이유가 ‘후지다’는 건데, 꼭 지역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후진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 후진 것도 아니고 아이디어가 후진 것도 아니다. 여건의 문제도 있겠지만 지역 라디오프로그램의 경우는 세 가지가 없는 것 같다.

첫째는 지역에 유명한 진행자가 없다는 거고 둘째는 청취자들에게 줄 협찬 상품이 적다는 것, 셋째는 유명한 진행자만큼이나 유명한 게스트가 없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사람들 눈엔지역프로그램은 ‘잘 모르는 애들이 나와서 떠들고 상품도 적은’ 방송으로 비치는 거다.


“나도 ‘라디오 키드’... 누군가 내 방송으로 희망 얻었으면”

다시 ‘해피투게더’로 돌아가자. 이번 논란이 가속화 되면서 전주MBC에서는 지난 10월 15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다음 개편때까지 지켜보고 폐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말 그대로 살벌한 상황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하루하루 ‘오늘 방송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 내가 방송국 정직원이면 프로그램 없어지면 다른 프로그램 하면 되지만 (내가) 프로그램을 맡아서 하는 프리랜서지 않나. 이 프로그램 없어지면 난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다. 거기에 이번 논란으로 방송국 측에서 6개월 가량 뒤인 다음 개편때까지 지켜보고 존폐를 결정하겠다고까지 했으니 정말 하루하루가 마지막이란 절박함이 있다. 그래서 항상 방송 시작전에 심호흡도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방송에 임한다.

반면 방송을 진행하면서 가장 큰 힘이 됐던 응원은 어떤 것이 있었나.

(단호히)없었다.

정말 없었나?

정말 없었다. 방송국 관계자분들은 잘 하라고 힘내라고 해주시지만 외부에서 힘내라는 응원을 해주신 분은 아직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이 필요할 것 같다. 청취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헐리우드 키드라는 말처럼, 나도 어렸을적부터 음악을 듣고 라디오를 사랑해 온 ‘라디오 키드’다. 성기완, 이문세, 이택림 등등 수많은 DJ들의 방송을 들으며 자랐다. 나는 라디오와 함께 자라면서 세상이 조금은 살만하다는, 그래도 괜찮은 세상이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됐다. 라디오가 그런 희망적인 생각들을 갖게 했다. 그래서 내 꿈은 누군가 내 방송을, 내 목소리를 듣고 세상이 조금은 살만하다는 그런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해서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테니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 성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