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라는 호칭을 듣고 있지만 많이 배우고 있는 학생의 마음으로 사는 사십대 전북권 거주자 입니다.
어느덧 중학교 졸업한지 삼십년이 넘었습니다만 스승의 날 찾아 뵙는 은사님이 한분 계십니다.
사실 졸업후 계속 찾아 뵈었던건 아니고,
제가 가르치는 제자들이 스승의 날이라며 꽃을, 선물을, 편지를 건네줄 때마다 마음 한켠이 불편했습니다.
스승이랍시고 나는 이렇게 받는데 내가 찾아볼 스승은 없는걸까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걸까 자문해 보았습니다.
그때 생각나는 선생님이 한분 계셨습니다.
중학교 3학년 담임이었던 김제 금성여중 이덕로 선생님.
첫 부임이었던 선생님께선 28살 신혼이셨고 3학년 5반 담임이 되셨습니다.
어느날 점심후 같은반 친구들 20명이서 몰래 말뚝박기를 했는데
신입이셨던 이덕로 선생님께서 끼워 달라는 겁니다. 당연히 안끼워드렸습니다. 아니 못끼워 드렸습니다.
말뚝박기의 기본 자세는 알다시피 신체 접촉이 있어서 여중생인 저희와 남자 선생님이 함께할 놀이가 아니었습니다.
교무실로 올라가신 선생님은 애들이 말뚝박기를 하면서 참 재밌게 논다며 학생주임 선생님이었던 태기홍 선생님께
저희의 일탈을 지나가듯 말씀하셨고 곧 교내방송으로
" 말뚝박기한 학생들 교무실로 집합"
이라는 명령으로 스무명이 조롱박으로 머리를 7대씩 맞았습니다.
(그때는 그런 체벌쯤 아무것도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면 추억으로 남습니다.^^*)
주동자였던 저는 남아서 훈계도 들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해맑은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런 이덕로 선생님께서 곧 퇴직을 앞두고 계십니다.
여전히 동안이시고 처음 그대로 틱 장애(ㅎㅎ)도 있지만
일년에 한번, 아무 거리낌없는 친구 같은 사제지간이 되어서 식사도 같이하고 차도 마시곤 합니다.
다시 찾아뵌지 십년 밖에 안됐지만 선생님 퇴직하셔도 근교에 계시니 꼭 찾아 뵐것을 마음으로 다짐해 봅니다.
선생님,
첫눈 온다고 수업 시간에 운동장 데리고 나가서 눈싸움 하고 사진도 찍어주시고, 그 사진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면서 밝게 웃으시는 모습보며 저도 많이 배웁니다.
건강하시고 이번 스승의 날에도 찾아 뵐께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