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추억의 크리스 마스...

제가 어렸을적의 크리스 마스 였어요. 고창에서 선운사 가까운 곳에 살았던 그때는 눈이 엄청 왔었답니다. 시골교회라서 중고등부에 초등학교 고학년 까지 다 합해도 20명 정도 였답니다. 성탄때가 되면 좀더 숫자가 늘어서 30명 가량이 모여서, 선물 교환도 하고 크리스 마스 이브엔 교회에 모여서 송구영신 예배도 보고 밤세워 놀기도 하고, 새벽송을 다니기도 했답니다. 눈이 얼마나 많이 내렸던지 가로등 하나 변변히 없던 시골길이 눈빛에 어슴푸레 밝았던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 하답니다. 하늘에 반짝이던 그 많던 별빛과, 소나무 가지가 휘청하게 쌓였다가 우수수 쏟아져 내리던 눈더미들.... 조용조용 주고받는 우리들의 말소리와 뽀드적 발자국소리만 들리다가 다음 마을에 가까워지면 동네 개들이 먼저알고 일제히 짖어데곤 했답니다. 새벽송을 다니노라면 뜨거운 생강차며, 떡이며, 곳감등을 내어주시곤 해서 마음마져 훈훈했답니다. 지금은 무서운 일도 많고, 많이 변해서 새벽송 다닌다는 말을 듣지 못한것 같아요. 지난 주말도 고향엘 다녀 왔지만, 그 옛날 그 많았던 눈들이며, 하늘에 그리도 많던 별들이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요... 눈도 조금 쌓여있었고, 하늘에 별도 전주보단 많았지만, 그예전과는 다른것같아서 마음에 흡족하지는 않더군요. 중학교 다닐때의 크리스 마스 이브 였어요. 풍요로운 선물이 오가는 크리스 마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다려지는 크리스 마스 였어요.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교회에서 학생회친구들이 모여서 여러가지 게임도 하고 놀았어요. (그때는 합법적으로(?) 남자찬구랑 여자친구가 모여놀수있는 기회가 적었거든요..) 시간이 흘러서 게임도 시들해지고, 졸음이 오기도 해서 우리는 난로가에 모여앉아서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냈답니다. 처음엔 찬송가 위주로 불렀지만, 알고있는 찬송가도 바닥이 나고, 교회에서 유행가를 부를수도 없어서 건전가요라든가, 음악시간에 배운 노래를 누군가 선창하면 모두가 따라서 부르는 식으로 했답니다. 그렇게 한참을 부르다 보니 모두 졸립기도하고 기운도 없는데, 누군가 노래를 시작했어요. "성불사 깊은밤~~" 아는 노래라서 사람들이 따라 불렀답니다. "그윽한 풍경소리~~~ 주승은........." 누구랄것도 없이 갑자기 멈춘 노래... 지금 생각하면 노래는 그냥 노래일 뿐이라고 생각하면되는데, 어릴적에라 교회에서 부르기에 부적절한 노래라고 생각했었나봐요. 갑자기 잠시 정적이 흐르고 우리는 함께 웃음을 터트렸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재미있고 웃음이 납니다. 그때 함께 있었던 시골친구들이 너무너무 보고싶어요. 특히 요즘처럼 성탄이 가까워 질때면 더욱 보고싶답니다.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동신아파트 113동 801호 조현순 063-901-8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