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졸업앨범용 교사 단체사진을 찍게 되니, 각양각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무의 사그러짐을 새삼 새로운 희망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임을 깨닫게 됩니다.
보내주신 꽃다발에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지 몰라요. 우연히 아래층 아주머니의 호리병 복분자 술까지 선물로 받아서 남편의 생일을 신비롭게 보낼 수 있었지요.
감사의 글은 글꼬리 말로 남겨두었는데, 읽지 않으셨나 봅니다.
생각 같아서는 긴 감사의 글을 남기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사연의 글을 읽으시는데 피곤할 것이란 배려로 마음을 접어 두고, 학생들에게 잠깐 방송에 대해 소개도 해 주었답니다.
마침 결혼기념일이 다가와, 글을 남겼는데 소개가 되지 않아 조금 서운하기는 했지만, 더 좋은 많은 사연들을 들으며 위로를 삼았지요.
10월 13일자 소인이 찍힌 편지를 받고 무척 궁금했는데, 김차동님의 간결한 성격이 드러나는 정성의 글과 뜻밖의 사진 촬영권 선물을 받고 또 한번 감동을 받았답니다. 바로 답장을 드리려 했으나 3학년 학생의 수능이 다가오니, 마음이 한 곳으로 모여야 할 것 같아 잠시 미뤄두게 되었습니다. 아침 출근시간을 조금 늦춰서라도 조금 많이 모닝쇼를 들으려 노력하는 저를 보면 [몇 시에 일어나세요?]란 에세이집에 대한 제 관심을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학생들에게 늘 먼저 아침을 여는 사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함을 일깨워주고 있었으니까요.
혹 편지 내용 중 하늘(=남편)에게도 안부 전해달라는 말씀에 얼마나 추리력을 동원해야 했는지 아시나요? 농담 같은 이야기이지만, 신혼 첫날 남편이 "남편은 하늘이다"를 3회 복창하라고 했었거든요. 그날의 사연을 어떻게 알고 그런 용어를 쓰셨을까 잠시 궁금해했답니다.
그 날 이후 남편은 하늘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어떤 심정이라도 표현해 가슴에 담아두지 않고, 하고픈 일(주로 모르는 것 배우는 일)은 꼭 해보려 노력하면서요.
얼마전 직원회식 후 포켓볼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전혀 해보지 않은 게임이라 너무 답답했지요. 바로 집에 와서 가르쳐 달라해서 평소 담배연기로 자욱할 것이라 생각했던 집앞의 당구장에 들렀답니다. 포켓볼대를 치웠다며 4구짜리로 연습하라 해서 1시간 남편의 특강을 받았답니다. 좋은 기분에 나서려는데 당구비도 무료라며 콜라까지 주시는 주인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40넘은 왕초보 주부가 와서 남편에게 당구 배우려는 노력을 가상히 여기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너무 흐뭇하고 행복한 시간에 대한 보답은 꼭 해야할 것 같아 기분좋게 값을 지불하고 돌아왔어요. 오늘 방송에선 최윤희씨가 "당신의 표정은 몇도입니까"란 주제의 말씀을 하실 때 제 표정은 주변을 늘 밝게 하는 은은한 불빛의 온도로 평가받길 소망하며, 제일 먼저 출근해 교무실로 들어서는 선생님들께 처음으로 차를 대접해 드렸답니다. 제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기에 평소 자판기 음료도 잘 대접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었거든요.
제가 빼준 차라서 특별히 맛있다는 덕담까지 들으며 시작한 하루이니, 아마도 청소시간에 지난 토요일날 담당구역 청소학생이 원했던 [휘성의 With me]를 잘 불러주며 하루를 마감할 것 같습니다. 청소를 노래 흥얼거리며 좀더 즐거운 마음으로 하라고 시범으로 노래 불러볼까 했더니 휘성의 노래를 신청하더군요. 월요일까지 배워서 불러준다했더니, 몹시 기대하는 눈치였거든요. 그 일로 인해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종일 일요일을 덕진구청에서 수지침 당뇨병 강의를 받고서도 월요일을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겼어요. with me 란 노래가 제 입가를 맴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