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둠도 사라지지 않은 이 시간 (6시) 남편은 변함 없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출근을 했습니다. 오늘은 회사 일이 늦어져 새벽 3시까지 일하다 들어와 몇 시간밖에 눈 붙이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한 남편은 평소보다 단 30분만 늦게 일어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러 일터로 나갔습니다.
남편이 출근하는데 제가 돕는 건 새 양말 꺼내주고, 토마토 한 개 씻어서 팩에 넣어 주고, 신선한 물 한 병과, 안경을 세재로 새척해 주는 일 뿐. 날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더 해 줄 일이 없다는게 안타깝기만 하네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밥을 먹을 수 없다며 집에서 아침을 안 먹은지도 참 오래 되었어요. 현장 밥이 너무 성의없게 나왔을 땐 집에서 먹던 밥이 생각난다고 하던 남편의 푸념을 들을 땐 정말 가슴이 아프답니다. 그렇다고 식당 아주머니가 멀쩡히 계시는데 음식을 만들어 들려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집에서 식사 할 때에라도 더 정성을 들여 밥을 지어 주어야겠어요.
오늘은 새삼 '남편, 아버지의 자리 라는게 참으로 고단한 자리인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좀 더 행복한 가정을 위해, 또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오늘도 나로 인해 맛난 음식을 입에 넣고, 해맑은 얼굴에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편은 이 새벽에도 묵묵히 찬물로 세수를 하고 때로는 비가내리고, 어떤 땐 안개로 앞을 분별할 수 없는 길을 불평 한 마디 없이 그렇게 달려가고 있을것입니다. 오늘 무엇보다 가슴아팠던 건.... 자신은 그렇게 쌀쌀한 곳으로 나가고 있으면서도 저에겐 추우니 나오지 말라며 손을 내 젓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남편이 출근하는 모습이라도 보려고 잠시 밖으로 나가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남편은 잠시 뒤 돌아 미소를 던져주네요. 예전엔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시간까지 복도에 서 있곤 했었는데 행여 저를 바라보다 출근시간에 늦게 될까봐 요즘은 그저 차를 타러 가는 모습만 지켜보기로 했지요.
남편이 하루 하루 힘든 가운데도 그렇게 열심히 자기 자리를 지키려 애쓰고 있는데, 저라고 아무렇게나 하루를 지낼 순 없겠죠? 아이와 있으면서 짜증날 일이 있을때 남편을 생각하며 힘을 내야겠습니다.
여보, 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우리 오래 오래 이렇게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요. 오늘도 애쓰시고요.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1가 764-1 주공@ 601/102
이미화
902-9535
남편에게 힘 내라고 노래 한곡 들려주고 싶어요.
"아빠의 청춘" 또는 한스밴드의 노래 "시험을 망쳤어~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아빠와 오락실에서 만났다는 그 노래 있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