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죽

2년 전입니다. 건강검진을 위해 아버지를 모시고 대학병원엘 갔지요. 치아가 부실해 죽밖에 못 드시므로 시내까지 가서 전복죽을 사 드리려고 했지요. 미리 죽값도 조사했건만 버릇처럼 자리에 앉으면서 "전복죽은 한 그릇에 얼만가요?" "만팔천 원입니다" 그 말씀을 들으신 아버지는 절대 안 드신다고 하고 아무리 전복이지만 죽값이 만팔 천이라니 너무 비싸다는 계산이 앞서기도 해서 결국은 깨죽을 사드렸습니다. 그 이후로 아버지의 병세는 악화되어 이제는 딸 자식도 못 알아볼 지경이 되었지요. 파킨스씨 병, 그 흉악무도한 놈이 우리 아버지를 많이 바꾸어놓으셨습니다.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전주에 오실 날이면 혼자 영화관에 가서 세기의 연인이라는 오드리 햅번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던 그런 아버지였는데..... 마침, 쉬는 날이라 2일 토요일에 동생네와 함께 시골에 계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엘 다녀왔습니다. 그 동안 차가 없어서 제가 그냥 약만 타다 드렸거든요.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나니 점심 때라 전에 못 사드려 께림찍했던 전복죽을 사드렸습니다. 정신이 살아있을 때 못 사드린 전복죽을 이제는 사 드릴 수 있어서 마음이 홀가분했습니다. 한 편으로는 참으로 서러웠지요. "아버지, 빵 사드릴까요?" 대답이 없는 아버지를 모시고 빵집엘 갔더니 손에 집히는 빵을 두 개 고르십니다. 그리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천천히 빵 한 개를 드십니다. 산다는 것은 어찌 그리 서러운 이야기인지요? 전처럼 자식 돈 쓰는 것 싫다고 고집을 피우지 않으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제는 쇠고기값보다 비싸다고 절대 가시지 않던 공연장에도 모시고 가고 싶습니다. 이런 모습으로라도 오래 오래 사실 수만 있다면....... 전주시 덕진구 인후 3동 부영 아파트 301동 508호 이한울 063-246-2147 혹시 방송을 해 주실 수 있다면 8월 7일에 해 주시면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