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사랑해

연립주택에 살던 신혼시절, 직장에서 돌아올 때 옆집 건조대에 널려있는 새하얀 기저귀와 앙징맞은 아기옷들을 보면 눈물이 흐르곤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한 친구들과 후배들의 임신 소식을 들으면 진심으로 축하해주면서도 마음 한켠이 아파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직장에서 동료들이 아기들의 재롱으로 이야기 꽃을 피울 때, 함께 웃으며 즐거워 했지만, 혼자있는 시간에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천사보다 고운 아기들을 품에 안은 엄마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렇게 9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하나님이 내게 주신 내 인생 최고의 선물! 우리 아이를 만났습니다. 아이가 순해서 밤에 잠을 잘 자는 편이었지만, 몸이 약해 자주 아파서 끙끙거리느라 보채고 그런 아이를 돌보느라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고 출근을 해도 피곤하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맨 처음으로 뒤집기를 했을 때, 엄마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옹알이를 할 때, 기고 그러다 앉고, 한걸음 두걸음 자박자박 걸을 때,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자다가도 "엄마"하고 부르며 내 품으로 파고 들 때, 하나님이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희열을 부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드렸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잘 자라준 우리 아기에게 고맙습니다. 자식이 평생에 걸쳐서 할 수 있는 효도를 생후 7년동안에 다 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그동안 아이에게 효도 많이 받았습니다. 만 4살! 내일이면 우리 아이 4번째 생일입니다. 이제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자기 주장과 고집을 부리면서 엄마인 저에게 도전을 해 올 때면, 회초리를 들고 때리기도 하고 정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아이에게 화를 내다가 밥그릇을 식탁 위에 탁하고 내려놓았더니, 그만 밥공기가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으로 튀었습니다. 아이는 조폭같은 엄마의 난폭함에 놀라 소리내어 울고 저는 저대로 당황하고.... 저는 저 스스로를 참 준비된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제 인격의 한계를 많이 느낍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구나.... 이제는 두분 다 세상을 뜨셔서 정말 효도를 하고 싶은데, 기다려 주시지 않은 두 분이 조금은 야속하기도 합니다. 하루 하루 아이로 인해 기쁨과 슬픔과 분냄이 오르락 내리락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자라준 우리 아기에게 고맙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유치원에 가면서 엄마를 향해 두손을 올려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고, "엄마 사랑해"라고 외치는 우리 딸네미! 유진! 엄마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