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 살구 나무 한 그루-

살구 나무 한그루 어제 남편과 같이 시장에 갔습니다. 과일 가게 한켠에 우리 아이 주먹만한 노오란 살구가 얼굴을 내밀고 있더군요. 아~ 벌써 살구가 나왔구나. 하는 생각과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저희 엄마께서는 살구를 너무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너무 좋아하는 살구를 드시지 못하십니다. 다~ 저희 아버지 때문이지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동네에서도 잉꼬 부부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답니다. 아버지는 호랑이 할머니 밑에서 시집살이 하며 고생하는 엄마에게 엄마가 좋아하는 살구를 실컷 먹게 해주려고 대문옆에 살구 나무를 심어 놓으셨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해 그만 암으로 엄마와 우리 오남매를 남겨 놓고 멀리 여행을 가셔야만 했습니다. 살구가 막~ 익으려고 하는 이때쯤에 말입니다. 엄마 나이는 너무도 젊은 30대 초반이셨는데.... 사랑스런 아내 입에 살구 하나 넣어주고 싶어서 그 나무를 심었는데 차마 그 일을 해보지도 못하고 가셨답니다. 그해 살구는 가지가 부러지도록 많은 열매를 맺었지만 엄마는 단 한개도 입에 대지 않으셨습니다. 아니 지금까지도 말입니다. 엄마는 어린 오남매를 위해 갖은 고생을 하셨지요. 가끔식 아버지 산소에 가셔서 우리 때문에 속상한일도 투정하시고 기쁜일은 같이 나누곤 하십니다. 자식들 이야기에서 이제는 손자 손녀 이야기 까지, 하나하나 다 이야기를 하고 오십니다. 우리는 산에 올라가면 위험하다 하지만 엄마는 정성껏 꽃나무도 심으시고 혹 아버지가 외로우실까봐 자주 자주 찾아 뵙곤 합니다. 힘들땐 힘이되고 기쁠땐 같이 즐거워 해신다고 좋아하시는 어머니.. 얼마전 도로포장 관계로 대문옆에 있는 살구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말에 엄마는 무척이나 슬퍼하셨는데 다행히 그 옆을 지나가게 되어 우리 아버지가 마지막 남기고 가신 살구나무는 오늘도 여전히 우리 어머니를 내려다 보고 있답니다. 어머니에게 주려고 심었던 살구 나무는 지금은 손녀 손자들의 차지가 되어 버렸답니다. 아버지 이번주에 내려가 뵙겠습니다. 항상 저희 오남매와 우리 엄마 꼭 지켜봐 주세요. 사랑합니다. 전주시 평화동 동신 아파트 111-1702 오 찬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