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엄마

우리 엄만 6.25즈음에 유년시절을 보냈다. 때문에 엄만 배움의 기회를 전혀 가지지 못했다 소학교조차. 못배운 한이 엄마 가슴에 맺혔나보다. 한4년 전쯤인가 어느날 엄만 시내의 ㅁㅁ주부학교에 등록했다. 다 늙어서 왠 공부냐며 난 투덜거렸다. 하지만 엄만 하루하루 즐거워하며 잘다녔다. 처음엔 글쓰기, 읽기 다음엔 산수 다음엔 음악 등등. 1년 넘게 다닌 후엔 곱하기 나누기 등등 당신에게 버거운 문제를 나에게 물어왔다. 난 설명을 해줬고 엄만 이해가 안간다 했다. 난 짜증을 부리며 자릴 피했다. 그뒤로도 엄만 자꾸 물어왔다. 그때마다 난 짜증내며 자리 일어나곤했다. 그 복잡한 걸 이제와서 왜하느냐고 물었다. 2년 남짓 지난 어느날 엄만 소숫점 나오는 산수를 뒤로하고 학원을 그만두었다. 난 짜증부릴 일 없어 좋아라했다. 언제나 그랬다 난. 1년 전쯤 엄만 버스로 한시간 남짓 거리에 사는 날 보러왔다. 난 백수였고 낮시간이지만 곤히 자고 있었다. 누군가 날 깨우는 듯해 보니 엄마였다. 못본척 난 다시 잠을 청했다. 엄마가 왔는지 어쨌는지 잠만이 중요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난 잠에서 깼다. 부은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왔다. 엄만 가고 없었다. 잠자느라 못채운 배를 채우러 주방을 어슬렁거리다 렌지위에 냄비를 봤다. 미역국이었다. 밥에 말아 한그릇 먹고 방에 와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모니터 아래 왠 봉투가 보였다. 안을 보니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돈..... 만원권 지폐 2장............. 봉투 앞엔............. 다말라버린 흐린 싸인펜으로 꾹꾹 눌러 쓴 구부러진 글짜 몇개. 잠꾸러기 막내야 생일 축 엄마는 간다 며칠전 엄만 할머님 제사후 남은 음식을 들고 집에 왔다. 전이랑 떡이랑 습기를 먹어 눅눅해져버린 어린애들 과자 몇개랑. 그엄마의 얼굴엔 주름이 많았다. 머리엔 흰머리칼도 많았다. 엄마 가는거 보고 돌아왔다. 버스에 오르는 비에 젖은 빛바랜 허름한 청난방을 입은, 뒷축이 많이 닳아 물이 샐듯 보이는 운동화를 신은 엄만 왜소하고 초라해보였다. 이제 서른을 훌쩍 넘겨버린 막내인 나다. 오늘은 엄마에게 미역국을 끓여달래고 싶다. 오늘은 엄마에게 용돈 달라 떼도 써보고 싶다. 오늘은 엄마의 주름살이랑 흰머리칼이 그립다. 엄마가 정말이지 지독히도 보고싶다. "엄마 보고싶어, 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