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세월....

장래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서슴치 않고 선생님이라고 대답했었고, 자라면서도 한번도 변하지 않는 내 꿈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동네 애기들은 다 업어줄만큼 애들 또한 좋아했고 자연스레 저는 유치원 교사가 되었습니다. 처음 일년은 지금도 생각하기 싫을만큼 큰 죄책감과 무능력함에 시달렸습니다. 애들을 좋아했던 맘은 아이들의 황당함에 무너져 내렸고, 초임교사로서의 그 자신만만하던 의욕도 힘든 업무의 반복으로 초죽음이 되어 퇴근하기가 일과가 되면서 사라졌습니다. 남는 것은 잠자리에 들려고 누우면 하루종일 아이들에게 소리 질렀던 내 목소리만 윙윙거리구요. 이러다가 내가 우리 아이들을 다 망치는 것은 아닌가하는 죄책감만 무겁게 짓눌러 오면서 악몽에 시달리기까지 했습니다. 안돼, 하지마, 이럴줄 알았어. 그러니까 내가 하지 말랬잖아. 머리로는 그런말을 하면 안되는 줄 알지만 손씻는 시간에 수돗물을 여기저기 튀면서 물장난을 하는 아이들, 가지고 놀던 나무블럭으로 순식간에 친구의 머리를 때려 버리는 아이들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데도 언제 상처가 났는지 얼굴엔 상처가 나있는 아이들, 아이를 보지않고 무엇을 했느냐고 쳐다보는 원장님의 시선, 집에까지 전화를 걸어 시시콜콜 확인하는 학부모들 속에서 초임교사인 저는 갈피도 못잡고 교육적 목표도 없는 하루하루가 그저 무거운 굴레와도 같아서 하루에도 몇번씩 소지품을 챙겨 가방에 넣고 퇴근을 하는 상상을 하고 사직서를 몇번이고 썼다가 그냥 가방에 넣고 다니다 휴지통에 넣은 것을 반복하면서도 일년을 채워야 한다는 졸업식때 교수님의 부탁이 생각나 버티게 된 시간이 벌써 8년이라는 세월로 접어 듭니다. 지금은요. 자유놀이때 커피한잔하는 여유쯤 부려도 아이들의 행동이 제 눈에 다 들어온답니다. 아이들보다 제가 더 아이들이 되어서 우리 아이들은 저를 늘 챙겨야 한답니다. 근데요. 이제 정말 편하고 우리 아이들의 맘을 제 마음속에 넣으니까요. 무슨 걱정이 생기는줄 아세요. 책임감이요. 정말 하잖은 나를 믿고 당신의 고귀한 자녀들을 맡겨 주시면서 스승의 날이라고 스승같지 않는 저에게 고사리손에 꽃 한송이와 작은 선물 하나를 들려 보내시면서 연신 고맙다고 하시는 그분들의 믿음이 이제는 제가 짊어지고 가야할 또 다른 무게가 됩니다. 요즘처럼 조기교육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때가 되면 한글을 깨치게 된다고 고집아닌 고집을 부리며, 컴퓨터가 집 안방에 버젓이 자리잡고 상전이 된 이시대에 아직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것에 노출시키지 말자고 박박 우기는 386교사지만요. 우리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한가지는 자유랍니다. 마음껏 놀 수 있는 자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자유 등등 많지요. 흙을 밟고 자라게 해 주고 싶고, 아직은 그냥 느끼는 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은 소망은 미디어속에서 사그라집니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교사의 말보다는 미디어속에서 나오는 말들을 더욱 신뢰하며 그 틀에 아이들을 맞추어 달라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치원교사로 8년을 버티게 해준 힘은 오직 우리 아이들의 초롱한 눈망울과 해맑은 웃음으로 나를 보듬어 주었기 때문이랍니다. 이제는 감히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누구보다도 그리워하는 나의 천사들이 있어서 내일 저희 발걸음을 더욱 힘찰 것입니다. 이땅의 모든 유치원교사, 보육교사 여러분!! 지금 흘리고 있는 그 눈물은 반드시 보람찬 열매로 결실을 보게 될 거에요.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전북 김제시 검산동 808-1 011-679-7721,063-543-7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