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화를 내고 말았어요.

출근길에 펼쳐진 산과 들은 오월의 햇살아래 초록으로 싱그럽고, 날씨도 화창한데, 창밖의 풍경과는 달리 제 마음은 좀 무거웠습니다. 다섯살난 딸네미에게 처음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아 엄마 출근해야 되니까 우리 진이도 빨리 서두르자"라고 타이르다가, 출근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어느 시점엔가 제 목소리는 톤이 올라가고, 말이 빨라지고 그러다가 딸네미 등을 한대 때리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너는 도대체 엄마를 왜 그렇게 힘들게 하냐"는 말까지 하게 되고 그러다 울 딸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고.... 저 참 못된 엄마죠. 고 순간을 참고 잘 타일러서 기분좋게 보내면 될텐데... 올해 유치원에 들어간 뒤로 부쩍 더 멋을 내고 주문 사항도 많아졌어요. 날씨가 쌀쌀해서 바지랑 잠바를 꺼내놓으면 "엄마 나 원피스가 좋아 원피스 입고 갈래" 여기서 부터 실랑이가 시작됩니다. 낮기온이 올라가 더울 것 같아서 머리를 묶어주려고 하면, 머리띠를 하고 머리를 푸르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옥신각신하게 됩니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몇번씩 시계를 보게 되고 그러다가 언성이 높아지고..... 힘드네요. 저는 하나도 이렇게 힘들어서 끙끙대는데, 올망졸망한 놈들 스무명을 어떻게 가르치고 들보시는지 유치원 선생님을 생각하면 신기합니다. 올해 초 딸아이를 처음 유치원에 보내고, 적응을 잘 할 지, 선생님께 떼 쓰고 고집을 부리지는 않는지,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유치원 생활을 잘 할지 정말 하나 하나가 걱정되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은 좀 벗었습니다. 딸아이가 유치원을 너무 좋아하고, 개나리반 선생님이 제일 좋다고 하고, 또 친구가 노란 칫솔을 좋아한다고 친구줘야겠다고 새로 산 노란 칫솔을 지 유치원 가방에 챙겨넣는 것을 보면서 저는 행복합니다. 새로 배운 노래를 부르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손유희을 할 때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어버이날에는 사탕 바구니와 카네이션 꽃을 들고 와서 "엄마 이거 우리 선생님이 밤새서 만든거래, 힘들었겠지"하면서 제 어깨를 조그만 손으로 주물러 주더군요. 진아! 칭얼거리기도 하고 고집부려서 엄마를 힘들게도 하지만 건장하게 이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그리고 비사벌 유치원 개나리반 소미정 선생님 감사합니다. 꼬랑쥐: 이글 하나 올려놓고 들락날락하며 오자를 고치고 또 고치고... 연락처를 남기라시는 담당자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의미에서 폰 :011-9644-9428 (내심 선생님께 드릴 꽃바구니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