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5(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며칠 전이었죠? 매년 3월 21일은 ‘세계 시의 날’입니다. 

1999년 유네스코에서 제정한 이날은 시의 아름다움을 기리고, 전 세계 시 문화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만들어졌는데요. 

자, 그럼 오늘 시집은요?

오늘 고른 시집은 <도넛을 나누는 기분>이라는 다정한 제목의 시집입니다. 정읍 출신 서윤후 시인을 비롯한 20명의 젊은 시인들이 저마다의 10대 시절을 추억하며 쓴 창작 시 60편이 들어 있고요. 각 시인마다 3편의 시를 실었습니다. 여기에 시에 대한 짧은 에세이라고 볼 수 있는 ‘시작노트’도 붙어 있어 시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이 시집을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서점을 운영하면서 손님을 만나다보면 특히 시집에 대한 장벽이 높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시와 가까워지게 할 수 있는 시집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 시집이 딱 그랬습니다. 초심자들이 읽었을 때 어렵지 않게 뷔페식으로 접할 수 있거든요. 방금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한 권의 시집에 20명 시인들의 시가 들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고요. 또 10대 시절을 추억하며 쓴 시들이라서 왠지 모르게 더 순정하고 아름다운 느낌이 듭니다. 청소년시집 시리즈로 나오기도 해서 청소년들이 읽어도 너무 좋습니다. 시인마다 스타일도 포즈도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미술 전시도 단체전이 있듯, 이 시집도 쟁쟁한 시인 20명이 따뜻한 단체전을 펼칩니다. 

 

 60편의 시 중에서 어떤 시들이 마음에 들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시집의 표제작이 된 ‘도넛을 나누는 기분’이라는 유희경 시인의 시인데요. 시는 조용한 밤의 버스 정류장에 앉아 도넛을 꺼내는 화자를 비춥니다. 도넛을 집으면 까슬까슬한 설탕가루가 떨어지잖아요. “어째서 도넛을 손끝으로 아슬아슬하게 집는 것이냐”는 당연한 질문도 이 시에서는 생경하게 들립니다. 시인은 그것을 “하얀 그림자를 딛고 발끝으로 서는 기분”이라고 말합니다. 시는 설탕 가루 묻은 입술로 휘파람을 부는 것으로 장면이 끝나는데요. 다 읽고 나면 왠지 밤의 버스 정류장에서 도넛을 조심스레 한입 베어 먹은 기분이 듭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좋은 시란 그 장면으로 데려가는 ‘기분’인 것 같아요. 이 시 뒤에 붙은 시작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 또 시를 읽는다는 것 역시 기분의 문제이다. 나는 당신의 기분을 침범할 수 없다. 당신이 나의 기분에 관여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런 사이를 두고 우리는 서로를 끊임없이 의식한다. 시를 나누는 건, 그런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