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라 일지 / 김금희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대온실 수리 보고서> 등 다양한 소설을 통해 독자를 사로잡은 김금희 작가가 일간지 특별 취재기자 자격으로 작년 2월부터 약 한 달 간 남극 세종 기지에 체류한 기록을 에세이 한 권에 담았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남극에 없는 것들'에 강하게 끌려 그곳에 가고 싶었다고 한다. 지폐가 없고, 사람이 거의 없으며, 인위적인 국경이나 경계선이 없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책에는 남극에 방문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 과정부터 펭귄 마을에 들러 작별을 고하기까지의 여정이 흥미롭게 담겨 있다. 특히 중간중간 삽화가 있어 이해가 쉽고, 책 말미에는 저자와 극지연구소 연구원들이 찍은 사진이 실려 현장감을 더했다.
히틀러와 스탈린 / 로런스 리스
전 세계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진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의 생존자들의 입을 빌려 히틀러와 스탈린의 악행을 낱낱이 폭로한다. 증언들이 일관되게 드러내는 사실은 독소 전쟁은 단순히 좋은 편과 나쁜 편이 싸운 것이 아니라 양측 모두 사악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독재자로 불리는 것을 비롯해 비슷한 점도 많지만 실은 전혀 다른 세계관 등 차별점도 많은 두 인물을 2차 세계대전 시기에 집중해 조명했다. 지은이가 BBC 다큐멘터리 제작에 수십 년 참여하며 곳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풍부한 증언을 상세히 담은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폭군은 세상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 맥스 디킨스
남성들은 왜 나이 들수록 고립되고 괴팍해지는가. 30대 중반의 남성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저자는 실제 자신이 겪은 ‘인간관계 실종’ 사례를 바탕으로 남성들의 인간관계가 처한 위기와 문제점,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런 주제 너무 무거울까? 그러나 계속 읽게될 것이다. 책 자체도 얼마간 스탠드업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내며 말맛을 살렸고, 영국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코믹함도 흥미를 자아낸다. 물론 그들에 대한 진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다.
한국 남성들이 어느 때보다 관계와 소통 문제에 진지해질 것을 요구받는 오늘, 친구·가족·직장 등 일상 속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남성문화 전격해부 인간관계 필독서가 나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