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1(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1.오늘 소개할 책은?

컬트 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미국의 영화 거장 ‘데이비드 린치’가 향년 78세로 지난 주 16일 별세했습니다. 

추모하는 마음으로 고른 책 <데이비드 린치>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린치 감독이 1977년 데뷔부터 최근까지 영화 전문 매체들과 진행한 24편의 인터뷰를 엮었습니다. 

컬트 거장이라는 수식어 뒤에 숨겨진, 영화를 향한 린치의 진심 어린 열정과 철학을 그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2. 어떤 내용이 인상 깊었나요?

린치 감독이 매번 기발하고도 충격적인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비결, 무엇보다 ‘과정의 즐거움’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어떤 과정이 너무 싫다면 아침에 어떻게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얼마 못 가 그 업계를 떠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 여정을 사랑해야만 한다”고 언급합니다.

이와 함께 린치 감독은 생전 “도넛의 구멍이 아닌 도넛 자체를 봐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요. 

어떠한 요소에 매몰되지 말고 전체를 봐야 한다는 뜻으로, 도넛에 빗댄 이 문장을 통해 그만의 특유의 재치를 엿볼 수 있습니다.  

 

3.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네요. ‘데이비드 핀처’에 대한 자세한 소개도 들려주세요.

그가 남긴 영화의 족적을 따라가면서 그의 삶을 짚어보면 더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1946년 미국 몬테나주에서 태어난 그는 1977년, 부족한 돈을 모으느라 5년이 걸린 장편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로 컬트 감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1980년, 두 번째 장편 <엘리펀트 맨>이 아카데미 8개 부문 후보에 오릅니다. 1984년, 프랭크 허버트의 SF 대작 <듄>을 동명 영화로 만들었지만, 혹평과 함께 흥행에 참패하며 명성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1986년, <블루 벨벳>이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르며 재기에 성공하고 1990년 <광란의 사랑>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1992년 성공한 TV 시리즈로 만든 영화 

<트윈 픽스>는 다시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그를 데려갔습니다.

2001년, 대표작 <멀홀랜드 드라이브>도 한 번의 실패 뒤에 다시 태어난 작품입니다. 애초 TV 드라마 파일럿으로 제작됐지만, 시리즈가 무산되면서 공개 자체가 어려워질 위기에 처했던 작품을 재촬영과 재편집으로 다잡고 영화로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BBC가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중 1위에 꼽혔습니다. 

린치는 반복되는 성공과 실패를 그저 "숙명의 쇄도"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4. 오늘은 이 책과 함께 소개해주실 다른 책도 있으시다고요?

그렇습니다. 린치 감독과 관련한 국내 출간작은 오늘 이 책을 포함해 총 3권인데요. 

나머지 2권은 그가 직접 쓴 명상집이자 에세이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이고요, 또 하나는 그가 지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삶을 돌아본 회고록 <꿈의 방>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빨간방, 꿈의 방 둘다 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