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오셨나요?
A: 네, 오늘은 [신체증상장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50대 여성 한 분이 10년 전부터 신체증상이 반복된다고 진료실에 오셨습니다. 처음에는 기운이 없었는데 점차 숨이 가쁘고, 머리가 띵하고, 소화도 안 됐구요. 메스꺼운 증상과 함께 이명도 생겼습니다. 가끔씩 있던 이런 증상들은 점차 반복되면서 심해졌지만, 여러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해봐도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신경성인 것 같으니 마음을 편하게 하라는 말에는 짜증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 여성분은 전형적인 신체증상장애를 겪고 계셨던 것인데요. 이러한 경우 환자는 마치 꾀병을 부리고 있다고 오해를 받기가 쉽습니다.
Q: 신체증상장애라니 다소 생소한데요, 증상이나 특징은 무엇이 있나요?
A: 네, 신체증상장애에서 가장 흔한 것은 통증인데요. 두통, 복통, 흉통, 근육통 등 특정부위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어지럼증, 가슴답답함,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특히 질병에 대해서 과도한 염려와 불안을 보이는데요. 그 때마다 여러 병원들을 방문하기 때문에 마치 의사를 쇼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건강에 별 문제가 없다고 확인을 해드려도 믿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몸도 마음도 다 아프니 그 고통이 참 심하실 것 같은데, 그렇다면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날까요?
A: 먼저 우리 몸은 통증을 받아들이는 신경계가 너무 예민하지 않게 조절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 없는 자극은 적절하게 가지치기가 되어야만 하는데요. 우리 뇌에서는 세로토닌과 엔돌핀이라는 물질이 이러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서 이 호르몬들이 감소하게 되면 통증이나 신체자극에 지나치게 예민해지게 되는 것이죠. 또, 심리적으로는 내적인 불만이나 갈등이 적절히 해소되지 않았을 때 신체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을 떠올려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런 증상들은 감정적인 문제를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퇴행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타인을 의식하는 경향이 크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문화적인 배경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신체증상장애의 발생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신체증상장애는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요?
A: 신체증상장애는 만성화될 경우 그 자체로 환자의 삶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또 우울이나, 불안, 불면 등 정신증상이 흔하게 동반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보통 신체증상에 대한 검사는 초기에만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이후에는 꼭 필요할 때만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적인 상담이나 인지행동치료, 명상요법 등이 증상에 대한 불안과 염려를 줄이는데 있어 효과적입니다. 다만 통증 같은 신체증상이 너무 심하거나 우울감, 불안, 불면 등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같은 약물치료를 병행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