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할 책은? /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 양미

대도시의 노동자이자 가난한 활동가로 살던 한 여성은 어느 날 "자신을 조각 내서 판매"하는 불안한 노동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그렇게 8년 전 도시가 아닌 곳, '시골'로 이주해 생활을 기록했는데요. 양미 작가의 책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는 도시에 대항한 '전원 유토피아'를 얘기하는 책이 아닙니다. 

집도 차도 소유하지 않은 여성이 혼자 농사를 업으로 삼지 않은 채 마주한 시골 생활이란 양 작가의 표현대로 "치열한 저항"이었는데요. 

시골은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고 텃밭을 일구면서 삶의 대안을 발굴할 수 있는 장소인 동시에 교통 인프라가 취약해 소외되기 십상이고 기후위기, 동물권, 젠터, 인권이라는 주제도 하찮게 여겨지는 정치 실종의 장소였다고 말합니다.


정치가 실종되어 있어서 오히려 정치적으로 시골살이를 해보겠다는 게 이 책의 주내용이겠군요. 

맞습니다. 집도 차도 소유하지 않은 여성이 혼자, 농사를 업으로 삼지 않은 채 마주한 시골의 얼굴은 가혹했습니다. 

시골에서 8년을 살아오며 작가가 정리한 지금의 시골은 두 단어로 정리됩니다. ‘정치 실종’과 ‘각자도생’.양 작가는 '자가 운전'이 필수가 된 시골에서 악착같이 시골 버스를 타고 다니고, 논의조차 되기 힘든 보행권 문제를 제기하고, 군수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지역 행정에도 쓴소리를 참지 않습니다.

'망해가는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지어내기 위해서'라는 이 책의 부제대로 소외, 빈곤, 무기력, 기회 박탈의 땅으로 살기 위해 찾아든 저자는 시골에서 더 촘촘한 민주주의를 요구하겠다고 선언하는데요. 

각종 악습과 구조적 모순 앞에 정색하며 정당한 민주주의 정치를 요구하는 저자의 태도는 어떤 독자에게라도 본보기이자 자극이 될 것입니다.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더 나은 정치와 삶을 상상하는 독자라면 말입니다. 

 

작가 소개?

저자 양미 작가는 1992년 대학을 그만두고 사회운동 활동가가 됐습니다. 

그러나 사회운동은 생계를 책임져주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일을 병행하며 살아왔습니다. 

비디오 가게 점원부터 주유소 알바생, 신발 공장 시다, 전자제품 조립 공장 노동자, 속옷 생산 공장 시다·재단·검품 노동자, 재고품 할인 전문 물류업체 경리로 일했습니다. 

2015년에는 시골로 터를 옮겼습니다. 지금은 시골에서 아이들에게 인권과 환경을 주제로 놀이와 수업을 하고, 글도 쓰고, 텃밭을 일구고, 때때로 임금노동을 하며 살아갑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항상 만나는 이들과 모임을 만들고 수다와 공부하기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