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힌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특집으로 한강 작가의 책 3권을 골라봤습니다.
1.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은 작가는 지난 10일 수상자로 발표된 직후 노벨위원회 측과 인터뷰에서 새 독자들에게 제주 4·3을 소재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2021)를 먼저 권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 인선 어머니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이야기입니다.
꿈과 현실을 오가고 눈의 이미지가 전면에 깔린 이 작품은 한국 현대사의 또다른 국가폭력 5·18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소년이 온다>에 비하면 역사적 사실보다 문학성에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작가도 "지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답니다. 힌강 작가가 유족들 상처를 다시 헤집고 싶지 않아서 직접 취재하지 않고 기존 증언 자료를 참고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2. 어른을 위한 동화 <눈물 상자>
한강작가는 어느 날 대학로에서 독특한 어린이극을 봅니다. 덴마크 출신의 중년 남자가 만들고 공연한 일인극으로, 제목은 ‘눈물을 보여드릴까요?’였다는데요.
검은 상자를 들고 무대에 나타난 그가 커다랗고 투명한 눈물방울들을 꺼내 보여주었던 것만은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후로 긴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이따금 선명히 떠올라 마음을 씻어주던 그 이미지―상자 속 눈물들의 반짝임―에 감사하게 됐다는데요.
그 생각은 “때때로, 예기치 않은 순간에 우리를 구하러 오는 눈물에 감사한다”라는 사유로 발전하게 됩니다. 눈물에 대한 역발상을 보여주는 동화로
71쪽 분량으로 짧아 읽기 좋습니다. 눈물은 모두 투명하지만,
그것들을 결정으로 만들면 각기 다른 색깔이 나올 거란 발상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3.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2013년 등단 20년차를 맞은 한강은 그간 여덟 권의 소설 단행본을 출간하는 틈틈이 쓰고 발표한 시들 가운데 60편을 추려 시집을 묶은 바 있습니다.
저녁의 소묘', '새벽에 들은 노래', '피 흐르는 눈', '거울 저편의 겨울' 연작들의 시편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그 정조가 충분히 감지되는 한강의 시집은,
어둠과 침묵 속에서 더욱 명징해지는 존재와 언어를 투명하게 대면하는 목소리로 가득합니다.
"고통과 절망의 응시 속에서 반짝이는 깨어 있는 영혼"을 발견해가는 시적 화자의 목소리가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