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한글날을 앞두고 어울리는 책을 꼽다가 박완서 작가의 이 책을 골랐습니다. 

1990년 초판을 출간한 장편소설 <미망>(3권)이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미망>은 총 3권으로 이루어진 흔치 않은 대작으로, 

조선 말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 이후 분단에 이르기까지 개성의 한 중인 출신 상인 전처만 집안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박완서 작가가 1988년 남편을 잃고 이어 아들마저 떠나보낸 가장 힘든 시기에 탄생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전에 작가가 "내 작품 중 혹시 오십 년이나 백 년 후에도 읽힐 게 있다면 '미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라고 말할 만큼 깊은 애착이 담긴 작품이었습니다. 1996년 채시라, 최불암, 김수미, 전광렬, 최주봉 등 인기 배우들이 출연한 드라마로 만들어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이 소설의 특징은? 

소설은 대한민국 이전의 조선, 그 이전의 고려 시절부터 맥을 이어 온 개성 상인을 통해 역사와 경제, 어수선했던 구한말, 일제강점기 일본의 수탈과 해방, 한국전쟁을 겪으며 몰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그리고 박완서 작가 특유의 여성주의적 관점에 더해 구시대의 가족과 그로부터 뻗어 나가 변해 가는 아들 딸들의 시대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출판사는 1990년 출간된 초판을 토대로 방언과 입말을 통일했고, 한자어와 일본어, 숙어 표현 등에서 현대 독자들이 잘 알 수 없거나 쓰지 않는 고어를 박완서의 맏딸이자 저작권자인 호원숙 작가와 상의해 의미를 풀어 적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부분?

소설의 제목입니다. ‘미망(아닐未 잊을忘)’의 뜻은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음’이에요. 

그리고 소설 속에는 종종 제목의 동음이의어인 ‘미망(미혹할迷 망명될妄)’, 즉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상태’가 쓰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이 역사소설 속 주인공들의 중의적인 두 마음 상태 같았습니다. 

 

박완서 작가소개?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났습니다.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헸으나 6·25 전쟁으로 학업 중단했습니다. 

1970년 「여성동아」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요. 작품으로는 단편집 <엄마의 말뚝> <친절한 복희씨> 등이 있고,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 <아주 오래된 농담> 등이 있습니다. 올해는 박완서 작가 타계 13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