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3(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할 책은?

지난 주말 군산은 책으로 들썩들썩했습니다. 군산의 첫 도서박람회 ‘군산북페어’ 때문이었는데요. 전국에서 온 서점, 출판사, 디자이너 등 100팀이 군산회관에 모여 책을 판매하고 전시, 체험 등 행사가 이뤄졌습니다. 그곳에서 ‘마티’라는 출판사가 출간한 책을 소개해드리고 싶은데요. <몸 번역하기>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에세이 <마이너 필링스>로 주목받은 한국계 미국 시인의 첫 시집입니다.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그의 부모는 집에서 한국어만 사용할 것을 고집했습니다. 집에서는 한국어를 말하고, 바깥의 공적인 세계로 나가선 영어를 더듬거리며 익힌 어린 시절의 그에게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는 과정은 곤경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의식과 무의식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서투른 영어를 들으며 자란 까닭에 내 영어도 서툴렀다“고 말하는 그의 ‘깨진 언어’는 오랜 화두였습니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첫 작품 '동물원'입니다. 

시인의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한국어의 자음과 모음들, 한국말을 하던 부모, 낯선 문화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적응해가던 어린 날의 순간들을 포착한 시입니다. 한번 읽어주셔요. 

"미끈한 피부, 깜빡임 없는 눈. 

맛보기 공연은 동물 가죽 입은 외국인을 초대하고.  

위생에 집착하시는 어머니 아버지 

오래된 제3세계 냄새를 지우려 하시는 듯."

툭 던져진 듯한 이방인을 바라보는 타자의 차별적인 시선이 날카롭게 느껴집니다.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서, 아시아인과 미국인 사이에서, 그리고 비(非)백인과 백인 사이에서 인종화된 화자의 신체는 언어와 마찬가지로 깨져 있고 마구 뒤섞여 있습니다. 

 

"나는 이상한 짬뽕이 된 것 같았다 팔꿈치에서 코, 

정강이에서 눈, 목에서 가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작가 소개?

캐시 박 홍은 아시아인으로서 백인 사회에서 느끼는 차별의 감정을 써내려 간 <마이너 필링스>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고, 한국 독자들에게도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의 시작은 시였습니다. 이번 책 <몸 번역하기>는 미국에서 2002년에 출간된 작가의 첫 시집으로, 문학상 푸시카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분절된 언어와 몸의 경계, 분열, 충돌을 파고드는 그의 실험적인 글쓰기를 한층 더 강렬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집의 맨 마지막에 이르러 시인은 ‘몸(body)’의 표준 로마자 표기가 Mom임을 밝힙니다. ‘몸 번역하기’가 곧 ‘엄마-모어 번역하기’이면서 동시에 ‘마음 번역하기’도 함을 일러두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