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전 세계 집사들이 바빴던 지난주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었습니다.
고양이의 탄생을 축하하고,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2002년 국제동물복지기금이 창설한 기념일인데요. 우리나라도 고양이를 사랑하는 나라 중 하나죠. 2022년말 기준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는 약 149만 가구로, 인구로 따지면 342만 명에 달한다고 하죠.
그래서 고양이 키우는 저자의 책이 궁금해졌습니다. 세계 고양이의 날이 있는 8월 안에 꼭 소개하고 싶었던 책, 서윤후 시인의 <고양이와 시>라는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이 책에는 스물 여섯편의 에세이와 네 편의 창작 시가 있는데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내가 느낀 감정이 바로 이거야’하고 공감할 내용이 많고, 또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고양이는 과연 이런 존재구나’하는 걸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이야기들이 꾹꾹 눌러 담겨 있습니다.
요즘 출판을 들여다보면 1인 1에세이를 쓴다고 할 정도로 에세이가 정말 많은데요, 그 쏟아지는 에세이의 홍수 또는 어둠 속에서 고양이의 눈처럼 번뜩이며 빛나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어떤 대목이 흥미로웠는지?
<고양이와 시>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단순히 키우는 고양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에 관한 이야기가 촘촘하게 교차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글을 읽고 있으면 고양이와 시가 정말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2017년 서윤후 시인이 발표한 시를 읽은 한 문학평론가가 ‘수첩’ ‘심부름’이라는 단어를 시에 썼다는 이유로, 시에 생각지도 못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보고 시인은 웃으며 고양이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하고 나서는 마음을 잠재우고, 고양이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그 고양이를 최대한 내버려두는 것이 첫 번째 순서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쓰다듬으려고 마음을 먹자마자 고양이는 멀리 달아난다.> p137
시는 설명하면 할수록 고양이처럼 도망간다는 뜻일까요?
좋은 해석이십니다. 시는 시인의 창작의도와 상관없이 독자 마음대로 자유롭게, 또 사회적 상황에 따라 충분히 달리 읽힐 수 있을 텐데요. 시인이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라고 생각해도 독자는 그렇게 읽을 것이고, 또 그렇게 읽히는 것에서 다시 고양이처럼 달아나려는 것이 시라는 것이죠. 마치 고양이와 시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듯 오가는 단상이 흥미롭습니다. 특히 이 책은 ‘일상시화’라는 시인 에세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한데요, <고양이와 시>를 시작으로 <잠과 시>, <빌딩과 시>, <사진과 시>가 연이어 출간되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어달리기처럼 이어지는 책이네요. <고양이와 시> 저자 소개해주시죠.
스무 살에 등단해 올해 데뷔 15년 차가 된 서윤후 시인은 1990년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자랐습니다. 시집으로는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휴가저택> <소소소>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등 4권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햇빛세입자>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쓰기 일기>등이 있습니다. 세어보면 거의 1년에 한 권씩 출간한 셈입니다. 좋은 시를 쓰는 젊은 시인에게 수여하는 ‘박인환문학상’도 수상한 바 있고요. 오늘 소개해 드린 책 <고양이와 시>는 시인과 함께 살고 있는 2022년생 고양이 ‘희동’이와 함께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