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소개해 주셨는데...
오늘은 특별히 임주아 작가의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Q. 임주아 작가는 201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을 하게 되면서.... 시인으로 활동 중인데...언제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나요?
20살 때 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 낮에는 시 창작 수업을 듣고, 저녁엔 시를 쓰는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Q. 그럼 시인의 꿈은 언제부터 갖게 되었는지?
20살 때 시 수업 들을 때나 동아리 활동 때 좋은 시를 많이 소개받고 읽게 되거든요. 그때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나면 그 시인의 첫시집부터 최근 시집까지 사서 읽었어요. 무언가를 좋아해서 시간과 돈을 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그 행위가 특별해지잖아요. 취향과 안목도 생기고요. 이런 시가 좋다,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 좋다,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시’라는 장르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시는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비교적 짧은 길이 안에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수 있잖아요. 또 함축적으로 써야 하고요.
그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지금 읽고 있는 시에 다 있었어요.
그리고 시를 써서 공모 내고 떨어지면 또 내보고 하면서 시가 제겐 어떤 도전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Q. 지난해 연말에 첫 번째 시집 <죽은 사람과 사랑하는 겨울>을 출간했는데요. 40여 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언제부터 준비를 하셨는지?
2015년 1월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했는데, 그로부터 2년 뒤 한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자고 제안이 와서 준비하게 되었어요.
나오기까지 7년 정도 걸렸어요.
Q. 작품활동만 하는게 아니라 <물결서사>라는 서점도 함께 운영 중이시잖아요... 책방 운영하신지 얼마나 되셨죠?
올해로 6년 차가 되었어요. 겨울에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7명의 예술인 동료들과 문을 열었지요.
문학, 음악, 미술 등 관련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고요. 독서모임, 작가 북토크를 꾸준히 열고 있습니다.
Q. 그럼 본격적으로 시집 <죽은 사람과 사랑하는 겨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처음 어떻게 기획된 시집인가요?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자고 시 50편 정도를 먼저 보내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땐 시집으로 낼만한, 마음에 드는 50편이 없어서 한 2년에 걸쳐 있는 시를 퇴고하고 새로운 시를 썼어요. 그 작업이 7년 정도 걸렸어요.
Q. 어떤 작품들이 실려있는지 소개 좀 해주세요...
유년기에 겪은 애증의 감정과 그에 기인한 이별의 서사는 “비명인지 환호성인지 모를”(「지각」) 얼굴을 하고 있으며, 사랑은 결국 “서로의 온몸을 파먹”(「피크닉」)는 일과 다름없을지 모른다.
ㅡ출판사 보도자료 중에서
이밖에 등단작 ‘복숭아’가 실려 있고 제가 운영하는 책방 옆집 이웃을 기리며 쓴 장시 ‘김오순전’, 시집을 읽은 동료 시인들이 좋다고 많이 꼽아주신 ‘세탁기 소리 듣는 밤’등이 있습니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을 직접 낭송해 주신다고?
<세탁기 소리 듣는 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에
용기를 갖게 된다
뚜렷한 것이 없어도
나는 살아 있고
솔직하지 못한 삶에도
일정한 소리가 난다
베란다에서 서서 통돌이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를 듣는다 세로칸에 사방팔방 두드리는 소리 가 득 차고 나는 이 소리에 중독되어 하루에 몇 번씩 빨래 돌리는 상상을 한다
그러다 세탁기 앞에 까치발을 들고 더러운 양말 을 꺼내 신는 아이가 떠오르고 스무 켤레도 넘는 새 양말을 머리맡에 두고 나간 사람도 툭 생각난
다
죄책감에 사 온 그 양말들이 어둑어둑 모여 한밤 중 경쾌하게 돌아가면 누군가 돌아오는 소리 들 은 듯 평온해지고
세탁기 초인종 울리면 주인 목소리를 알아챈 강 아지처럼 한달음에 달려가 베란다에 솟아오른 꽃 향기를 들이마시곤 했다
그런 날에는 침묵하던 큰 옷들도 팔을 끌어당기며 엉켜 있다가 별 뭉치처럼 쏟아져 나와 울었다
Q. 오히려 글을 쓸 때 함축적인 의미가 담긴 시를 쓰는 것이 정말 어려운데... 임주아 작가님 만의 노하우를 좀 알려주신다면??
저는 종이신문과 시집을 많이 읽어요. 휴대하기 좋아서요. (웃음) 저는 예전부터 기사와 시가 은은하게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두 장르 모두 언어의 경제성을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좋은 기사와 좋은 시의 공통점은 어떤 한 사안을 보는 균형 잡힌 시선이 있어요. 장황하게 늘어지거나 허튼 소리가 없고요.
한쪽 편을 들지도 않죠. 그리고 특히 요즘 종이신문은 인터넷신문과 달리 정말 중요한 기사만 편집되어 있어서 어떤 책 한권보다 더 값질 때가 많아요.
그렇게 기사나 시를 읽다 보면 어떤 한줄이 내 마음속에 들어오고, 그걸 붙잡고 제 마음을 더해 계속 써내려가보죠. 이렇듯 매일 종이를 넘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라디오 코너지기로 활동하면서 독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많이 배웠어요.
아직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좋은 책을 소개하고, 또 좋은 시를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제 시집도 많이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