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요즘 화제에 오르고 있는 책,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라는 시집입니다.
제목에서 훅 오는 게 있죠. 이 시집은요, 일본에 사는 노인들이 쓴 ‘센류’를 모은 책인데요. ‘센류’는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로 5-7-5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를 말합니다.
센류는 특히 인생에 녹아 있는 익살과 풍자를 담아낸 것이 특징인데, 이 책은 노인들의 일상과 고충을 유쾌하게 담아낸 이른바 ‘실버 센류’ 모음집입니다.
어제 저녁 검색해보니 온라인서점 사이트에서 시 분야 베스트셀러 2위를 달리고 있었고요. 일본에서는 시리즈 누계 90만 부가 판매된 스테디셀러입니다.
출판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일본 노인의 센류 모음집이 출간된 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담당 편집자는 “몇 년 전 일본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뒤 우리 독자들에게 꼭 소개해보고 싶었다”면서
“노인들의 소소한 일상 속 철학과 관조를 통해 나이 들어가는 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함축적으로 전하는 게 매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를 한번 읽어드리면,
‘세 시간이나 / 기다렸다 들은 병명 / 노환입니다’ (오하라 시즈코, 65세)
‘연상이 / 내 취향인데 / 이젠 없어’ (야마다 요우, 92세)
‘이봐, 할멈 / 입고 있는 팬티 / 내 것일세’ (시무타 겐지, 70세)
‘환갑 맞이한 / 아이돌을 보고 / 늙음을 깨닫는다’ (니헤이 히로요시, 54세)
‘일어나긴 했는데 / 잘 때까지 딱히 / 할 일이 없다’ (요시무라 아키히로, 73세)
‘당일치기로/ 가보고 싶구나 / 천국에’ (사이지 요코, 71세)
. 책 이야기를 찾아보다가, 센류를 쓴 노 작가와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한 심사위원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입선작을 결정한 뒤 상장을 보냈을 때, 그 작가가 이렇게 말했대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상장을 받았어요.
공부로 1등 한 적도 없고, 운동회에서 1등 상을 받은 적도 없거든요. 센류로 칭찬받은 건 지금까지의 긴 인생 중 최고로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상장은 소중히 여기다가 나중에 관에 넣고 싶어요.” 수화기 너머의 생생한 목소리에 심사위원 모두 기운을 얻었다고 합니다.
실버 센류는 일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주최로 매해 열리는 센류 공모전의 이름입니다. 이 책에는 무려 11만 수가 넘는 센류 응모작 중에 선정된 걸작 88수를 추려 담았습니다.
‘실버 센류’는 국내 인터넷의 블로그나 트위터, 커뮤니티에 자주 오르내리는 시이기도 한데요. 풍류와 익살이 특색이라 젊은 층에 특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